광주시가 서구 풍암동 대주아파트 소음피해 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기도 전에 공탁금을 걸어, 소송 당사자인 주민들이 이 돈을 찾아가는 등 허술한 시 행정이 드러났다.
지난 9월 대법원은 풍암동 대주아파트 주민 400여명이 제기한 소음피해 소송과 관련해, 원심 선고 결과를 파기하고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2순환도로는 사회적 가치가 큰 도로인데, 소송 당사자들과 도로 이용자들이 받게 될 손익을 비교 계량하지 않은 판단이었다”며 이렇게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때 아파트 베란다에서 측정한 소음 결과를 근거로 삼았지만, 소음 측정은 거실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점 △아파트 입주 시점이 2순환도로 공사 중일 때라는 점 등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광주시는 2011년 10월 풍암동 대주아파트 소음피해와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지 4년 만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지만, 되레 난감해하고 있다. 당시 광주고법 재판부는 “주민들에게 소음피해 보상금 3억100만원 및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고, 소음저감시설(소음 한도 주간 65㏈, 야간 55㏈ 기준)을 설치하라”고 판시했다. 시는 항소심에서 패소 직후 법원에 피해 보상금에 준하는 3억1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풍암동 대주아파트 소송 당사자들은 항소심 직후인 2011년 11월 공탁금을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시가 대법원 판결이 끝나기도 전에 소음 피해 보상금에 준하는 금액을 공탁한 것은 ‘위법 행정’으로 보인다. 더욱 큰 문제는 3억100만원의 공탁금을 찾을 방안이 뾰족히 없다는 점이다. 시 건축주택과 쪽은 “당시 이자가 연 20%나 지급되는 것을 막으려고 공탁금을 걸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뒤 공탁금 회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시가 풍암동 및 진월동 대주아파트 인근 2순환도로에 시비 97억9천만원을 들여 소음방지저감시설(방음터널)을 설치한 것도 섣부른 예산 집행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는 두 곳 모두 도로가 먼저 개설된 뒤 아파트 건축허가 승인이 난 아파트 단지인데도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인 2013년 1월 22억9천만원을 들여 풍암동 대주아파트 옆 2순환도로(마륵 방면)에 방음터널을 설치했다.
시는 2013년 4월 풍암동 대주아파트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11억6천만원) 청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해당 건설사가 부도가 나 사실상 구상권을 포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