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피의자 탄알 감식 결과
미군부대 유출·밀수 두갈래 추정
미군부대 유출·밀수 두갈래 추정
지난 12월25일 성탄절에 발생한 대전 유성 총격사건에 사용된 총기와 피의자 신아무개(58)씨가 12월28일 자살할 당시 사용한 총기는 스페인산 라마(Llama) 마이크로맥스 권총의 한 종류로 확인됐다.
대전지방경찰청은 4일 경기지방경찰청 등과 함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피해자와 피의자의 총상, 수거한 탄알 등을 감식 의뢰했더니 두 탄알 모두 한 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신 결과, 피해자 정아무개(38)씨 어깨의 총상과 피의자 신씨의 머리 총상은 모두 9㎜ 탄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가 자살할 때 사용한 라마 권총의 탄환 규격과 같다. 피해자는 어깨에 탄알이 박혀 부상했고, 피의자는 머리 관통상으로 숨졌다.
하지만 피의자 신씨가 권총을 소유한 경위와 범행 대상 선정, 범행 동기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일단 경찰은 신씨가 경기도 평택·광주에 살면서 주변 미군부대 등에서 흘러나온 불법 총기를 입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신씨가 2002년부터 최근까지 10여차례 출국했던 것으로 확인돼 총기를 직접 밀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엑스레이 투시기 등 장비를 갖추고 숙련된 전문요원들이 보안검색을 맡고 있는 공항을 통해 총기를 밀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씨는 평소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도박을 한 점으로 미뤄 현지의 카지노 방문차 출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실제 경찰은 대전지역 시시티브이 녹화영상을 분석해 범행 전 신씨 차량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전 유성의 화상경륜장을 찾은 사실을 확인했다.
육종명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은 “총기 제조사인 스페인 라마사에 이 권총의 유통 경로 확인을 요청했다. 숨진 신씨가 권총을 소지한 경위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를 밝히는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 12월25일 밤 11시34분께 대전 유성에서 차량에 타고 있던 정씨에게 총을 쏴 어깨에 부상을 입힌 뒤 달아났다. 이후 28일 저녁 7시35분께 경기도 광주에서 경찰의 추격에 쫓기자 갖고 있던 권총을 쏴 목숨을 끊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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