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0.0001%만 투표권…농민은 모르는 ‘농민 대통령’ 선거

등록 2016-01-10 19:59수정 2016-01-11 10:35

농협중앙회. 사진 한겨레
농협중앙회. 사진 한겨레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

조합원 231만명·자산 324조
거대 조직의 수장 뽑는데…
대의원 292명 간선제로 선출
“조합장 선거가 깜깜이였다면
이번엔 그보다 더한 체육관선거”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조합원 중 약 0.0001%만 투표에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고 있다.

12일 오전 11시4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50분 동안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에 앞서 후보들이 소견 발표를 한다. 농협 조합원 231만명 가운데 조합장 중 일부인 대의원 291명과 중앙회장 1명 등 292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출마한 후보는 6명이다. 후보자는 기호순으로 이성희(66)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65)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하규호(57) 김천직지농협 조합장, 박준식(75) 서울관악농협 조합장, 김순재(50) 전 창원동읍농협 조합장, 김병원(62) 전 나주남평농협 조합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등록을 마치고, 다음날부터 이달 11일까지 13일 동안 선거운동을 해왔다. 방법도 △4쪽짜리 선거공보 330부 배포 △농협중앙회 누리집에 공약문과 동영상 게재 △전화 통화나 문자 전송 △전자우편과 사회관계망 이용 등 네 가지로 엄격한 제약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 조합원 대부분이 중앙회장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는 ‘암흑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후보자들의 토론회나 연설회가 없으니 대의원들은 이해관계나 지역연고 등을 따져 투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들이 대의원을 확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혼탁 양상도 벌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일찌감치 선거에서 배제돼 요구를 반영할 통로가 없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 관심이 가장 많은 곳은 청와대나 정치권이다. 누가 되느냐가 총선과 대선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투표권이 소수 대의원한테 있으면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정책 선거를 위해 24대 공약권고안을 후보들에게 보낸 뒤 김병원·김순재 후보한테 전체적으로 동의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박준식·이성희 후보는 부분적으로 동의했고, 최덕규·하규호 후보는 아예 응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권고안에는 △연합회 방식의 조직 개편 △경제지주·금융지주를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 △조합장 직선제 도입 등이 있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지난해 조합장 선거가 ‘깜깜이 선거’였다면 이번 중앙회장 선거는 그보다 더 한심하다. 마치 박정희·전두환 시대에 대의원들이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 사무국장은 “농협을 바로 세우면 쌀값 폭락과 시장 개방 등 농업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다. 대의원들이 공약을 실현할 의지에 초점을 맞춰 투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은 자산 324조원, 임직원 8만여명, 17개 중앙·지역본부와 단위조합 1134곳을 이끄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장은 1961년 5·16 이후부터 정부에서 임명해오다 6월 항쟁 뒤인 1988년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비리를 차단하고 과열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대의원 간선제를 도입해 흐름을 되돌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