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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의 주먹밥 같은 책방 되고파”

등록 2016-01-11 19:58

지난 8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 동네책방 ‘숨’에서 만난 안석 목사와 부인 이진숙씨. 이들은 “삶의 경험이 응축된 책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동네책방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8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 동네책방 ‘숨’에서 만난 안석 목사와 부인 이진숙씨. 이들은 “삶의 경험이 응축된 책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동네책방 운동을 시작했다.
광주 동네책방 ‘숨’의 작은 실험
지난 8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동네책방 ‘숨’(수완로 74번길 11-8)을 찾았다. 2011년 1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숨이 동네책방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숨 대표 이진숙(46)씨를 만났다. 책방 안에선 이씨의 남편 안석(49) 목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30대 청년 5명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젊은 남녀 2명은 책을 읽고 있었다. 온기가 느껴졌다.

이진숙 대표·안석 목사 부부가
도서관·북카페 등 문화건물에 차려
이용자들에게 수백종 추천받아
전라도 문화·생태·환경 책 판매

수도권에서 목회를 하던 안 목사는 5년 전 광주로 왔다. “경쟁사회가 초집약된 곳이 서울이잖아요. 교회마저도 경쟁의 산물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가자고 했지요. 지역을 찾다가 광주를 떠올렸어요. 때마침 감리교단에서 수완의 터를 사놓고 목회활동을 할 사람을 찾았어요.”

안 목사 부부는 전체 330.6㎡ 규모의 공간을 교회(2층)와 1층의 작은도서관 및 북카페 숨(66.1㎡)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콘크리트를 쓰지 않고 나무로만 공간을 완성했다. 지금도 일요일 아침 2층 교회에서 10여명이 모여 예배를 본다. 작은 교회다. 하지만 이곳은 주민들에게 교회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더 알려졌다.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는 북카페는 광주에선 처음이었다. 1만여권의 책이 비치된 작은 도서관(99.2㎡)은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치유 프로그램과 재능기부 모임을 꾸리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동네책방을 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 권의 책 때문이다. 백창화·김병록씨가 전국의 동네 작은 책방을 찾아 소개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책에 광주의 동네책방이 빠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광주엔 사랑방문고와 청년글방이 문을 닫은 뒤 인문학 책을 골라 살 수 있는 책방이 사라졌다.

안 목사 부부는 동네책방을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해 일을 벌였다. “경험을 공유하자”는 것을 책방의 목표로 잡았다.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던 ‘숨지기’들이 목공과 디자인, 청소 등으로 힘을 보탰다. “참고서만 쭉 깔려 있는 서점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걸어가서 책을 만져보고 주머니를 열어 책을 사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어요.”

지난해 12월 문을 연 동네책방 숨은 도서관 이용자 등이 추천한 책 300~500여종을 판매한다. 전라도 문화, 생태·환경, 마을·교육·공동체, 평화·영성, 세월호 참사 등의 분야의 책들을 엄선해 판매하는 점이 독특하다. 인터넷서점보다 책값이 10% 비싸지만, 그 10%를 포인트로 쌓아 음료로 돌려준다.

“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른 책이 다르다고 봐요. 80년 5월에 주먹밥이 있었다면 광주에서 동네책방이 잘돼야 광주정신이 살아날 것으로 믿습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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