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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민망하지만 여력 보태주세요”

등록 2016-02-26 20:36수정 2016-02-27 00:24

단원들 집 담보·시민 727명 후원 덕
대전 대흥동에 ‘별별마당’ 27일 개관
더부살이 벗었지만 무대 완공은 미뤄
마당극패 우금치(wukumchi.co.kr)가 대전 대흥동 중부경찰서 옆에 새 터전 ‘별별마당’(별의별짓 다 하는 곳)을 마련하고 27일 개관한다.

별별마당은 1990년 창단해 더부살이만 해온 우금치가 26년 만에 마련한 첫 ‘내 집’이다. “빗물 고이던 지하 연습실, 얼음이 쩡쩡 얼어붙던 하소동 산골, 노상 재계약하느라 일손이 잡히지 않았던 폐교 부지 등 어느 곳 하나 마땅치 않았어요. 길거리에 나앉기도 하고….” 25일 우금치의 이력을 꿰던 성장순(46) 단원의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전통연희를 고수하는 몇 안 되는 창작마당극단으로 해마다 100차례 이상 공연을 해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있으니 돈 벌어 어엿한 집 장만을 했을 법하지만, 별별마당은 단원들의 열정과 시민들의 십시일반 모금에 힘입었다.

건물을 담보로 2억원을 빌리고, 가난한 예술인들은 집·전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건물 매입비 6억원을 마련했다. 김황식(51) 단원은 “건물은 샀지만 산 넘어 산이었다. 15년이나 비어 있던 건물이어서 사실 뼈대만 남아 있을 뿐 전기시설도 화장실도 없었다”고 전했다.

건물을 뜯어먹고 공연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대·객석을 만들고, 조명을 다는 데 드는 인테리어 비용만 적게 잡아 5억원대였다. 1년여 동안 문화진흥기금 등을 받을 방법을 고민하며 동분서주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난해 7월7일 우금치는 “염치없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제대로 공연하는 마당극패가 될 테니 문화예술마당을 여는 데 도와달라”고 후원회원과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터넷 포털 다음에 우금치를 소개하는 스토리펀딩도 띄웠다. 시민 727명이 1천원부터 1억원까지 후원해 지금까지 2억5천여만원이 모였다. 지역의 중소기업인 ㈜삼진정밀, ㈜기산엔지니어링, 성심당이 1천만원을 후원했다. 가수 정태춘·박은옥 부부 팬클럽도 우금치의 사정을 알고 1천만원을 내놨다. 부부 팬클럽은 27일 집들이 공연 선물도 하기로 약속했다.

‘시민’이라고만 밝힌 이관용 중학교 교사는 “성황당 가는 길에 돌 하나 얹겠다”며 1억원을 내놨다. 우금치는 고민 끝에 창작기금으로 돈을 받기로 했다.

별별마당이 개관하지만 첫 공연 기약은 없다. 아직 무대를 제대로 꾸미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별마당은 시민이 만듭니다. 1층 벽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겨 우금치의 역사로 보전하려고 합니다. 시민을 위한 시민이 신나는 공연을 준비하겠습니다. 민망하지만 여력을 보태주세요.” 류기형 대표가 두 손을 모았다. 후원계좌는 농협 355-0011-9662-43.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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