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2대교 양쪽으로 관광숙박시설(지상 7층)과 가족형 무인텔(지상 4층)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다리를 건너는 차량은 두 건물 사이를 터널처럼 통과해야만 한다. 사진 여수시민협 제공
4년전 박람회뒤 개발로 경관 훼손
돌산1·2교 주변 숙박시설 우후죽순
시, 난개발 막기 위한 조례 준비중
돌산1·2교 주변 숙박시설 우후죽순
시, 난개발 막기 위한 조례 준비중
미항 여수가 자랑하는 해안 풍경이 막개발로 훼손되고 있다.
여수시민협은 8일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전후해 여수항 일대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천혜의 자원인 해안 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여수시는 해안 경관을 보전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협은 “해안 풍경은 여수 시민의 공유자산이다. ‘여수다움’을 유지하고, ‘해양을 보전한다’는 박람회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난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여수 해안의 경관 훼손 사례는 10건이 넘는다. 우선 6월 여수 돌산2대교(거북선대교) 부근인 돌산읍 우두리에 들어설 대규모의 관광숙박시설(지하 1층, 지상 7층, 연면적 9597㎡)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 건물은 지난해 7월 재심의 끝에 시 경관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외관을 바꾸고 층고를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다리를 가리는 높이여서 흉물로 꼽힌다. 이 건물의 동쪽에는 7월쯤 지상 4층, 연면적 1246㎡ 규모로 가족형 무인텔이 들어선다. 돌산2대교를 건너는 차량은 두 건물 사이를 터널처럼 통과해야만 한다. 돌산읍 우두리 일대에는 12·14·18층짜리 호텔도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은 일반 건축법이 아니라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허가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돌산1대교 근처엔 5월 지상 5층, 연면적 1269㎡인 숙박음식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골조공사 중인데도 돌산도 쪽에선 장군도를 가리고, 옛 도심 쪽에선 돌산도를 가린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1997년 건축허가를 했던 고소동 산꼭대기의 15층짜리 아파트는 최악의 사례로 거론된다. 이 아파트를 바다 쪽에서 찍은 원경은 2010년 국토교통부의 국토경관 훼손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오동도 들머리 언덕 위에 추진됐던 자산관광호텔 건립 터도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허가 뒤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원상복구했으나 옛 모습과는 딴판이다.
여수시민협 박성주 사무국장은 “망가지는 풍경을 보고 아픔을 느끼는 시민이 한둘이 아니다. 절차를 거쳐 허가받은 건물을 막기는 어렵더라도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 경관은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2014년 ‘2030년 여수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해안 경관이 세계박람회, 택지 개발 등에 따라 혼잡해지고 훼손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현재 시의 경관 관리는 일부 해안가 10~20m 안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시는 세계박람회 개최와 케이블카 설치 뒤 관람객이 1천만명을 넘어서자 막개발을 막기 위해 경관 조례를 촘촘하게 재구성하는 용역을 추진 중이다. 박상훈 시 건축허가팀장은 “경관 조례를 보완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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