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사람들
동거차도에 텐트…“진상규명을”
동거차도에 텐트…“진상규명을”
12일 오전 10시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현장. 세월호 인양을 맡은 중국 상하이샐비지가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 해상에 설치한 1만t급 바지선 다리호가 파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다리호는 육중한 주황색 크레인을 갑판에 얹은 채 수심 40여m 아래 침몰한 선체 근처에 닻을 내렸다. 이 배는 현재 선수 견인줄 연결과 선체 부력재 설치 등을 준비 중이다. 이날 진도 팽목항에서 떠난 어선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단과 전문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을 태우고 한 시간 항해한 끝에 맹골수도 해역에 다가갔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 바지선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인양 공정을 듣고 점검 일정을 협의하려던 조사단과 유가족은 발을 동동 굴렀다.
권영빈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인양 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싶었다. 날씨가 나빠 올라가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보고드릴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탄 어선은 뱃머리를 유가족 감시공간이 있는 인근 동거차도로 돌렸다. 동거차도는 세월호 침몰 당시 주민들이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펼친 섬이다. 또 유가족들이 침몰 지점으로부터 1.7㎞ 떨어진 언덕에서 감시활동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20분쯤 노란색 리본을 따라 오솔길을 오르자 언덕 위에 하얀 돔형 텐트들이 나타났다. 유가족들은 이곳에 대형 돔형 텐트 2동, 천막 1동, 간이 화장실 1동 등을 설치해뒀다. 현재 단원고 2학년 3반 학부모 3명이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날마다 쌍안경과 줌카메라로 바지선 위의 인양작업을 기록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아빠들이 여기라도 오지 않으면 먼저 간 아이들을 만났을 때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반별로 일주일씩 교대한다”며 “선체를 온전하게 인양해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도/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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