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주의 대표적 달동네인 발산마을은 최근 도시재생의 옷을 걸쳐 입었다.
“인자 (마을을) 개선한다고 젊은이들이 왔다 갔다 하지만, 큰 기대는 안 해….”
25일 오전 광주시 서구 양3동 발산마을에서 만난 봉필순(88) 할머니는 “뭔 일을 하는지 갈피가 잘 안 잡힌다”며 이렇게 말했다. 서구 양3동 발산공원 주변 고지대 주거지역인 발산마을은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1970년대 광주천 건너편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발산교를 건너 자취방으로 돌아오곤 했던 이 마을 200여 가구 중 15~20%가 공가·폐가다. 인근에 대형 백화점 등 편의시설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머물러 있던 발산마을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발산마을에서 23살 새색시 때부터 살고 있는 봉 할머니는 “외지엔 아파트들도 짓고 했지만, 여긴 빈촌 되야부렀는디, 요즘 뭣을 해싼다고 합디다만…”이라고 말했다.
■ 서로 다른 작업 발산마을 프로젝트는 세 갈래로 분류된다. 첫번째가 2014~2015년 지역예술인들이 진행했던 마을미술 프로젝트다. 지역예술인들은 2014년 ‘별이 뜨는 발산마을’(1억원)과 2015년 ‘별별잡기’ 마을 프로젝트(1억5천만원)를 진행했다. “단순한 환경 개선이 아닌, 예술작품을 통해 마을 이야기를 표현하고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심공동화 개선사업”이다. 발산마을에서 뽕뽕 브릿지라는 공유공간을 연 신호윤(41·디렉터)씨는 “그 전에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발산마을에 처음으로 젊은 예술인들이 마을에 20여개의 입체 조형물을 조성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문화의 전부”였던 발산마을 주민들에게 젊은 예술가들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다.
2. 발산마을에서 48년째 살고 있는 터줏대감 봉필순(88) 할머니.
발산마을에 또 하나의 실험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참여하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년 1월까지 10억원을 투입해 발산창조문화마을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 산업, 예술을 접목해 자립가능한 창조문화마을로 변화시키기 위한 지역재생사업”이다. 이 사업은 수도권 업체인 공공미술 프리즘이 맡아 진행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발산마을 담벼락과 계단 등을 알록달록한 색깔의 페인트로 칠하는 ‘컬러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송명은(28) 이 사업 총괄매니저는 “눈에 보이는 사업으로 가장 큰 사업으로 페인트 칠을 한 것이다. 하지만 마을에서 청년들과 주민들이 만나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 공방을 만드는 등 스스로 재생하는 사업을 펼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3. 25일 오전 발산마을의 쉼터 구실을 하는 ‘청춘빌리지 1호’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주민생활 개선 사업 “골목에 뼁끼(페인트) 칠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집이 어쯔고 돼야 해….” 봉 할머니는 이날 문화예술과 도시재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활 개선’이라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을 바꾸려는 시도는 좋지만, 겉모양만 번드르르하게 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마을 한 주민은 “부산 등 다른 도시의 문화마을을 베끼는 형태로 해서는 안 된다. 페인트를 칠한다고 마을이 좋아지느냐?”고 말했다.
서구청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된 새뜰마을사업(51억원)을 통해 발산마을 도시재생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서구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업 구상을 시작해 4개년 계획을 입안 중이다. 서구청은 노후된 상하수도를 개선하고, 도시가스 배관 사업을 지원하며, 사회 취약 계층의 집 수리비를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서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빗물과 오수를 분류해 냄새를 잡는 사업도 하고, 40%에 불과한 도시가스 공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골목길까지 분기관을 내주면 본인이 일부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도시가스 사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주민들의 기초생활시설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기 개별 프로젝트를 하는 주체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주민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주민을 대상화하면서 일회성 생색내기로 따로따로 추진하면 결국 모두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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