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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26년간 고압전선 만졌던 노동자 장씨 백혈병 사망, 왜?

등록 2016-05-10 19:53수정 2016-05-11 10:47

전신주에서 일을 하는 전기 노동자들이 암과 뇌심혈관 질환 등 고압전기 노출에 따른 발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한 노동자가 전봇대에 올라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다.  연평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전신주에서 일을 하는 전기 노동자들이 암과 뇌심혈관 질환 등 고압전기 노출에 따른 발병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한 노동자가 전봇대에 올라 복구공사를 벌이고 있다. 연평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백혈병 사망 전기노동자 첫 산재 신청

“전자기파 탓에 백혈병 발병” 주장
근로복지공단, 사망원인 역학조사

전국 470여곳 3000여명 전기작업
낡은 고압선 교체…감전사고 노출
암·뇌심혈관 질환 등 발병 잇따라

오늘 나주서 전국 1500명 역학조사
“활선작업 폐지·특수건강검진” 요구
장상근(지난해 사망 당시 54살)씨는 26년 동안 전신주를 탔다. 배전설비 보수를 했다. 살아 있는 전기(활선)를 만지는 전기 노동자였다.

그는 병원 한 번 가본 적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말 치질 수술을 하려고 병원에 가 피 검사를 했다가 깜짝 놀랐다. “백혈병이 의심된다”는 말에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갔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불과 4개월 만인 5월31일 그는 생을 마감했다.

장씨의 유족은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에 산재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장씨의 아내(51·전남 순천시)는 “전남대병원 담당 의사가 ‘저주파에 의한 백혈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해 산재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전기 노동자가 “전자기파(전자파와 전기파)때문에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다”며 산재를 신청한 것은 장씨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보건연구원에 의뢰해 장씨의 발병과 사망 원인이 업무와 연관이 있는지 등에 대해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신주에서 일을 하는 전기 노동자들이 암과 뇌심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하거나 발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0일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원지부의 집계(표 참조)를 보면, 노조 쪽이 장씨 사망 이후 접수한 전기 노동자의 암 발병 사례가 26명이었다. 이 가운데 4명은 사망했다.

활선 전선로에서 15년 동안 전기 노동자로 일하는 천아무개(41)씨는 2014년 이상증세가 처음 나타나 통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 6일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밖에 뇌경색(5명), 갑상선암(4명), 간암(3명), 심근경색(1명) 등이 발병했다. 지난해 말 광주근로자건강센터와 함께 광주·전남지역 조합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 검사에서도 3명의 백혈구 수치가 기준치보다 낮게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하청업체로 배전 공사 등을 하는 전국 470여곳에서 일하는 전기 노동자는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기가 한 순간이라도 끊기면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점 때문에, 전기 노동자들은 2만2900V의 고압 전기가 흐르는 채로 낡은 전선 교체 같은 작업을 하면서 감전 사고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전기 노동자들은 감전 사고 뿐만 아니라 고압 전기 노출에 따른 발병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전력 등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철갑 조선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일본은 전기 노동자들이 전기봉으로 작업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전기를 끊지 않고 고무장갑을 낀 채 작업을 해 감전 사고와 전자기파 등에 노출돼 있다. 외국에선 1980년대까지 전자기파와 백혈병 등 암의 발병에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기원지부는 11일 오전 9시부터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전국 전기 노동자 1500여명이 참여해 건강상담(역학조사)을 한다. 이날 건강상담엔 이철갑 교수 등 의사 4명과 간호사 16명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채혈할 예정이다. 송성주 전기원지부 사무국장은 “한국전력이 나서서 고압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작업을 하는 활선 작업을 폐지하고, 전기 노동자들을 위한 특수건강검진이 신설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전력 쪽은 “이들과 직접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활선 작업 금지나 특수건강검진 제도 도입 등은 고용노동부 등 정부에 건의할 사항이라고 본다. 하지만 우리 담당 부서에서 전기원지부 쪽과 면담해 요구 사항을 듣고 해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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