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소풍을 가보네요. 호호호.”
20일 오전 9시, 옛 충남도청 앞마당.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웃음꽃을 피웠다. 이들은 대전평생교육진흥원(원장 송용길) 문해교육반 학생들이다. 50~80대 학생 41명은 이날 충남 부여로 소풍을 떠났다. 문해교육반은 한글 등 초등학교 과정을 배운다. 이들 대부분은 무학이거나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해 소풍을 처음간다.
이유(73) 학생은 “처음 소풍을 간다는 기쁨에 설레여 어제는 죄지은 것처럼 두근거려 잠을 설쳤다. 부여에 가면 삼천궁녀가 뛰어 내렸다는 낙화암도 보고 평생의 추억거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명옥(54)씨는 “5월 학습계획안을 받았는데 ‘소풍날’이 쓰여 있었다. 같은 반 언니·오빠들과 소풍을 간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대가 되던지 정말 손가락을 꼽으며 오늘을 기다렸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부여 구드래나루에서 유람선을 타고 고산사와 국립부여박물관을 둘러본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에는 소풍의 꽃인 보물찾기와 장기자랑도 한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은 팔 토시와 비닐용기, 행주, 고무장갑 등 생활용품 선물을 준비했다. 문해교육반은 2개반 53명인데 집안일과 감기 등으로 12명은 이날 소풍에 함께하지 못했다.
송용길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어르신들이 어린 학생으로 돌아가 즐거운 소풍을 다녀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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