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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금산 불산유출, 이번에도 즉각신고 안했다

등록 2016-06-07 21:08

주민들, 사고 은폐 의혹 제기
“오후5시30분 공장서 연기 솟아”
사고 신고된 시점과 1시간 차이

“6시50분 대피방송 나올때까지
유출사실 모른채 밭에서 일해”

2년전 사고때도 10시간 미신고
“부도덕 기업 폐쇄하라” 분통
불산 유출 사고를 낸 충남 금산의 램테크놀러지가 사고 뒤 주민·관련기관 등에 알리지 않고 은폐하는 바람에 주민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나왔다. 주민들은 업체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금산경찰서는 램테크놀러지에서 확보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분석해 지난 4일 한 직원이 저장고에서 불산을 빼내려고 배관을 연결해 놓은 채 순찰을 돌고 돌아온 저녁 6시7~8분께 불산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과 금강유역환경청은 저장고에서 불산을 빼내는 배관의 연결부위 오작동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유출 사실을 안 직원이 다른 직원을 불러 함께 석회를 뿌리는 등 방재 작업을 했고, 20여분 뒤인 6시29분께 행정당국에 사고 발생을 알린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를 몸으로 겪은 주민들의 말은 다르다. 경찰이 확인한 사고 시점보다 59분 전인 오후 5시30분께 한 주민이 공장에서 연기가 솟구치는 것을 보고 황규식 이장에게 알렸다. 황 이장은 6시20분께 직접 공장에 찾아가 “무슨 일 있냐. 사고가 난 것 아니냐”고 묻자, 직원은 “안에 물이 고여 처리하고 있다. 지금 상황을 보고 있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불산 유출을 직감한 황 이장은 6시35분께 금산군과 119에 연락했고, 주민 대피를 알리는 방송 역시 6시50분이 돼서야 황 이장이 직접 했다. 주민들이 사고 사실을 알고 관계기관에 전파하는 사이 업체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6시34분께) 소방서에 신고했다.

공장 인근에 사는 주민 유아무개(71)씨는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밭에서 일을 했다. 칼로 얼굴을 콕콕 찌르는 듯이 괴로워 세수를 했는데 가시질 않더라. 시간이 지나도 목 등이 맞은 것처럼 아프다”고 말했다. 황 이장도 “지난 6일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폐에서 불산을 흡입한 흔적이 하얗게 보이니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기욱 램테크놀러지 관리부장은 “내부회의 중이다. 뚜렷한 답을 줄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주민들은 이 업체의 상습적인 사고 은폐를 주장하며 공장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 정문에는 ‘사고물질 누출 또는 화재사고 발생시 즉각 관할 관공서로 사고 내용을 통보해 주민에게 사고가 발생했음을 알린다’는 매뉴얼이 붙어 있다. 유해화학물질 표준지침 등에도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는 15분 안으로 관련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업체는 지키지 않았다.

이 업체는 2014년 8월 오전 9시께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관련 사실을 감추다 그날 저녁 7시께가 돼서야 불산 유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업체는 ‘사고 미신고’로 금산군에서 경고와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주민 이상학(80)씨는 “해당 업체는 사고가 날 때마다 주민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낳은 옥시만큼이나 부도덕한 기업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공장이 이대로 운영되는 상황을 주민들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방당국과 환경청에 문의해보니 해당 업체가 1시간 넘게 신고를 미룬 채 늑장 대응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여러 증언과 기록을 통해 은폐·조작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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