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으로 지난달 30일 자신의 공방이 폐쇄되자,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이 공방 건물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출판사 ‘남해의 봄날’ 제공
인간문화재 추용호 장인이 2014년 경남 통영 자신의 공방에서 소반을 만들고 있는 모습.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출판사 ‘남해의 봄날’ 제공
추용호 장인 공방 출입통제 ‘못질’ 추씨, 대문 앞에서 천막농성 돌입
“140여년 된 건물 보존은 못할망정”
윤이상 생가터도 포함 철거 위기 잠시 외출한 사이 이런 강제집행을 당한 추 장인은 이날부터 대문 앞 빈터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 집은 140년이 넘은 건물로, 400년 맥을 이어온 통제영 12공방의 마지막 남은 공방이다. 통영시가 나서서 보존하지는 못할망정 도로를 확장한다고 강제로 헐어내려 할 수 있냐? 이것이 문화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통영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 장인은 대를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소반’은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밥상으로, 이를 만드는 장인을 소반장이라고 한다. 추씨의 고모할머니와 통영 출신 세계적 음악가인 윤이상 선생의 아버지는 부부였다. 추씨의 아버지 추동웅 장인(1912~1973)은 옆집에 살았던 고모부인 윤이상 선생 아버지로부터 소반 제작 기술을 배웠고, 1973년 세상을 뜨기 얼마 전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추 장인은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이어받을 생각은 없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주문만 받아두고 완성하지 못한 것이 많이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신용을 지켜드리기 위해 주문받아둔 것을 내가 만들어서 보냈는데, 그때부터 이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인 소반 제작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킨 끝에 2002년 4월4일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됐고, 2014년 9월16일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추 장인이 공방을 겸해 사용하는 집은 그의 할아버지가 1868년 지은 것으로, 이곳에서 그의 아버지가 태어나 평생 살았고, 그 역시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왔다. 전체 면적은 20평으로, 5평 남짓한 마당을 가운데 두고 방 2개, 작업실, 부엌, 화장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담장은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무너져 콘크리트로 다시 만들었고, 초가지붕도 1960년대 슬레이트지붕으로 바꿨지만, 기본 구조와 흙벽으로 된 내부는 140여년 전 그대로다. 현재 그가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대문 앞 빈터는 윤이상 선생의 생가터다. 그는 “도로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확장한다면 내 공방은 물론 윤이상 선생 생가터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통영시가 강제로 내 공방을 허물고 도로를 낸다면, 앞으로 영원히 내 공방과 윤 선생 생가를 복원할 방법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시 도로과 관계자는 “곡선으로 도로를 확장하더라도 공방 건물의 일부는 허물 수밖에 없다. 공방 때문에 도로 확장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완공된 구간도 제 기능을 못하고 사실상 주차장으로 전락한 상태라 주민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추 장인이 통영시 제안을 받아들여 공방을 이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추 장인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2014년 9월엔 도로 확장 공사가 이미 마무리 단계였기 때문에 문화재청이 개입해 행정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추 장인의 공방이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보존하려는 통영시의 전향적인 정책 발표를 기대하며, 공식적으로 통영시에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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