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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우리학교 내 논에 벼 키워요”

등록 2016-06-08 21:01수정 2016-06-08 21:03

대전원평초 학생들이 주형로 정농회장과 모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대전원평초 학생들이 주형로 정농회장과 모를 들고 웃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대전도심 원평초 운동장
네모난 고무통 90여개
전교생이 4명씩 1조 모내기

충남도 ‘도심속 학교논 사업’ 확대
전국 153곳서 ‘동심이 농심’
지난 7일 오전 대전 중구 유천동 원평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고무통으로 만든 농장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지난 7일 오전 대전 중구 유천동 원평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고무통으로 만든 농장에 모내기를 하고 있다. 사진 최예린 기자
“우웩, 흙을 어떻게 먹어요. 더러워요!”

지난 7일 오전 10시 대전 원평초등학교 운동장. 충남 홍성 홍동마을 농부인 주형로 정농회장이 모뿌리에 묻은 흙을 입속에 넣자 몰려든 아이들의 인상이 일제히 구겨진다.

“흙은 깨끗할까요? 더러울까요? 흙은 더럽기도 하고 깨끗하기도 해요. 아저씨는 어른으로서 여러분에게 미안해요. 조물주가 처음 흙을 주실 때는 깨끗했지만, 그걸 사람들이 오염시켰어요. 우리가 관리를 잘못해서 여러분이 더럽다고 느끼는 거예요. 하지만 이 모에 묻은 흙은 입에 넣어도 될 만큼 깨끗해요. 우린 그걸 친환경이라고 불러요.”

주 회장의 설명이 따르자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 앞에는 가로 101㎝, 세로 70㎝ 크기의 네모난 고무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고무통 앞에는 ‘꼬마농부의 농장’, ‘얌얌 농장’, ‘초록마을 농장’, ‘아기돼지 농장’, ‘무지개 농장’ 등 아이들 스스로 정한 농장 이름이 붙어 있다. 원평초에는 이런 고무통 농장이 90여개 있다. 전교생 387명이 4명씩 한 조가 돼 농장을 분양받아 벼를 재배한다.

주 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모 한 포기씩을 차례로 나눠준다. 모를 두 손에 받아 든 아이들은 신이 났다.

“생명을 가진 우리가, 생명을 가진 논에, 생명을 가진 모를 심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모내기를 해야 한다.” 주 회장의 주문이 다시 한번 귀에 앉았다. 더럽다며 구시렁거리던 한 남자아이는 아예 자신의 고무통 농장에 코를 박고 이렇게 심을까 저렇게 심을까 궁리한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여자아이는 몇번을 쭈볏거리며 서성이다 농장에 모내기를 했다.

대전원평초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학교논을 만든 도심 속 학교다. 2010년 노봉곤(64) 전 교장이 시작했고, 주 회장은 해마다 아이들의 ‘농부 수업’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들은 해마다 이맘때 고무통 농장에 모를 심고 여름이면 푸른 벼에 붙은 벌레를 관찰하고, 가을에는 직접 벼를 베 타작을 한다. 여름방학에는 홍성의 홍동마을로 농촌체험 학습을 떠나기도 한다. 타작 때는 홍동 주민들을 초청해 떡과 과자를 나누고,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장도 연다.

충남도는 ‘도심 속 학교논 만들기’란 이름으로 학교당 400만원씩 지원한다. 2011년 14곳에서 올해에는 서울·대전·세종·충남 등지의 153곳으로 늘었다.

주소영(37) 원평초 교사는 “모를 심고 벼를 타작하기까지 아이들이 보고서를 쓰게 한 뒤 가을에 시상도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벼를 재배하면서 자연과 생명을 스스로 익힌다”고 말했다. 박재혁 충남도 친환경농산과 주무관은 “3농혁신의 일환으로 농촌과 도심 속 학교를 연결해 자연과 생명에 대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키워주려고 학교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논의 순기능을 더 많은 학교로 확대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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