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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서예가 10명이 부활시킨 단재 ‘조선혁명선언’

등록 2016-06-16 16:48

청주민예총 서예가들 “쓰기보다 단재가 되는 게 어려웠다”
24~28일 청주예술의전당서 단재 서거 80돌 기획전
단재의 글 ‘조선혁명선언’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박수훈 작가.청주민예총 제공
단재의 글 ‘조선혁명선언’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박수훈 작가.청주민예총 제공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를 가장 뜨겁게 산 인물 가운데 단연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이 꼽힌다. 말과 글, 행동이 궤를 같이 한 선생은 지식인의 표상이기도 하다. 단재의 결기어린 말과 곧은 행동이 오롯이 녹아 있는 글이 ‘조선혁명선언’이다. 1923년 1월 쓴 이 글은 평화적, 외교적 방법을 넘어 혁명적이고 투쟁적인 독립운동을 내세웠던 의열단 단원들이 가슴에 새겼던 ‘의열단 선언’으로도 불린다.

‘강도’ 일본을 제압하고 압박과 수탈이 없는 이상적 조선을 건설하자고 주창한 조선혁명선언 6400자 외침이 문자의 날이 돼 시민들의 가슴에 박힌다.

청주민예총은 단재 서거 80주년을 맞아 ‘너는 피는 꽃이 되어’ 기획전을 24~28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연다. ‘너는 피는 꽃이 되어’는 모두의 눈과 피와 말을 모아 해방된 조국(님나라)을 만들자고 외친 단재의 시 ‘너의 것’에서 따왔다.

단재의 조선혁명선언은 청주민예총 소속 10명의 서예위원들이 나눠 쓴다. 이희영(44) 작가부터 신창수(63) 민예총 서예위원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작가들은 저마다 대형천(가로 1m, 세로 3.5m) 10장에 600~700자씩 조선혁명선언을 나눠 쓴다.

모두 글을 쓰는 작업보다 단재가 되려고 마음을 다잡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단재가 글을 쓰던 그때의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 했다. 일제에 항거에 나라를 찾으려는 곧은 마음이 담긴 글이어서 마음을 다잡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박수훈 작가는 “서예라는 예술적 차원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다. 일제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글이어서 더욱 뜻있었다. 반드시 조선혁명선언 전문을 내 손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이종집 작가가 쓴 단재의‘조선혁명선언’. 청주민예총제공
이종집 작가가 쓴 단재의‘조선혁명선언’. 청주민예총제공
단재가 조선혁명선언에서 강도 일본을 몰아내려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창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는 10인10색의 서체가 단재 정신을 아우르고 있다. 이종집 작가는 ‘조선혁명선언’이라는 글씨를 가운데 도드라지게 쓴 뒤 한글 흘림체로 주변에 내용을 써내려 갔으며, 정순오 작가는 쇠귀 신영복 선생처럼 독특한 한글 서체를 선보인다. 박수훈 작가는 “자유분방하면서도 힘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서체를 한 작품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이념, 부류 등을 독립 하나로 모으려 애썼던 단재처럼 단재의 애국혼 아래 하나된 예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선혁명선언 서예 작품엔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함께 이뤄진다. 작가들이 대형천 60장에 나눠쓴 글씨는 원기둥(지름 1m, 길이 3.5m) 20개에 부착돼 공중에 매달린다. 아울러 조각가 손영익씨는 철에 단재의 글을 새기는 ‘철의 눈물’을 함께 전시한다. 음영경(35·화가) 기획자는 “종이에 붙어 있는 글이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려 한다. 시대를 넘어 단재의 애국혼이 영원히 살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를 시민들의 가슴에 안기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단재의 글 ‘조선혁명선언’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이종집 작가.청주민예총 제공
단재의 글 ‘조선혁명선언’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이종집 작가.청주민예총 제공
단재의 글 ‘너의 것’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정순오 작가. 청주민예총 제공
단재의 글 ‘너의 것’을 글씨로 옮기고 있는 정순오 작가. 청주민예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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