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7급 공무원 ㄱ씨는 토요일인 지난 2014년 5월3일 군청에 출근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36분 사무실에 들어가 10분 동안 머문 뒤 밖에서 개인 일들을 봤다. 이어 같은날 오후 1시26분 군청에 다시 들러 지문인식기에 퇴근 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3시간 근무를 추가해 받은 수당은 2만6790원이었다. 재미를 느낀 그는 다달이 파렴치한 토요근무를 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사무실의 무인경비체계를 가동한 시간과 지문인식기에 입력한 퇴근 시간이 몇시간씩 차이났기 때문이다.
시간외수당을 ‘쌈지돈’으로 여기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세금도둑을 막기 위해 출퇴근부를 서류에서 전산으로 돌리고, 카드에 이어 지문까지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불감증이 여전하고, 적발돼도 처벌이 환수에 그치는 탓에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전남도는 21일 보성군청 감사결과, 2014~2015 2년 동안 9개 부서의 6~8급 공무원 11명이 77차례 초과근무시간을 부풀려 실적분 시간외수당 91만여원을 부당하게 받아갔다고 밝혔다. 또 장기교육이나 병가, 출산휴가, 육아휴직 중인 5~9급 공무원 17명도 정액분 시간외수당 183만여원을 타간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보성 뿐 아니라 시·군 전체로 감찰을 확대했다. 한 공무원은 “밝혀진 수당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역과 나이, 직급을 불문하고 몇만원에 양심을 파는 이들이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공무원의 시간외수당은 실적분과 정액분으로 나뉜다. 실적분은 직급에 따라 시간당 9000원 안팎을 받는다. 초과근무시간을 속여 적발된 공무원들은 수령액의 3배를 물어내고, 석달 동안 시간외근무를 하지 못한다. 정액분은 월간 15일 이상 근무자한테 한달에 10시간분을 지급한다. 따라서 실제로 근무하지 않으면 대상에서 제외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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