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지난해 연 ‘일제에 빼앗긴 한밭, 항거로 되찾은 대전’ 평화발자국 행사에서 시민들이 대전 중앙로의 일제강점기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단체는 25일 전쟁이 빚은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닿는 평화올레길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사진 대전충청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제공
한국전쟁 발발 66주년을 맞아 관련 유적을 찾아 다니면서 동족 상잔의 비극을 되새기고 전쟁 속에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평화의 소중함을 배우는 행사가 25일 열린다. 대전충청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대전충남평통사)은 25일 ‘제2회 대전 평화발자국’ 행사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대전 평화올레-전쟁의 흔적에서 평화의 길을 묻다’ 부제가 붙은 이 행사는 목동 대전형무소 터~선화동 옛 충남도청사~대흥동 옛 충남도지사 공관~보문산 대전지구 전승비와 대전지구 전적비~애국지사총~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지 등 대전의 한국전쟁 관련 유적을 둘러보는 것이다.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가 해설을 맡아 전쟁의 비극을 되새기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대전충남평통사의 자료를 보면, 대전형무소는 1950년 6~9월 사이 국군·경찰, 인민군이 최대 8500명에 이르는 정치범과 민간인을 학살한 비극의 현장이다. 유족을 찾지못한 무연고 우익인사 1500여명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 애국지사총이고, 보도연맹 등에 연루돼 학살된 이들이 매장된 곳이 골령골이다. 옛 충남도청사는 임시 중앙청 구실을 했고, 옛 충남도지사 공관에서는 1950년 6월27일 이승만 대통령이 서울사수 방송을 녹음했고, 7월12일에는 미군군법회의에 미군의 배타적 재판권 등을 보장하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사인했다. 전승비와 전적비는 미 24사단과 인연이 깊다. 24사단은 대전 사수 작전에서 큰 피해를 입고, 사단장인 딘(Dean) 소장은 포로가 됐다. 전승비는 24사단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고, 전적비는 대전과 25사단간 혈맹의 우의를 다짐하는 기념비다. 전적비 조형물 가운데 로켓포를 들고 인민군 탱크를 조준하는 미군이 딘 소장이다. 그는 훗날 대전 명예시민이 됐다.
유영재 대전충남평통사 상임운영위원은 “대전은 남·북에 의한 참혹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는 등 한국전쟁 최대 피해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다. 가해자가 누구든 불법 부당한 학살의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일이야 말로 화해와 상생을 위한 길이다. 대전 평화발자국의 여정이 한반도의 평화를 여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가비 1만원, 신청전화 010-3297-0568(유영재).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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