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전예지중·고 학생들은 눈물로 수업을 대신하고 있다. 예순이 넘은 만학도들이 오죽하면 수업 거부에 나섰겠는가. 학교를 살려보겠다고 삭발까지 감행한 교사들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은 “갑질을 일삼던 박규선 전 교장보다 무책임한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더 밉다”고 말한다. 사태를 키운 교육청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의 소원은 매우 소박하다. 맘 편하게 수업을 듣게 해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온갖 추악한 갑질을 일삼은 비리 이사진들을 모두 쫓아내면 그걸로 끝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왜,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1월 특별감사만 철저히 했더라도,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해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만 했더라도 예지중·고 사태는 해결될 수 있었다.
며칠전 대전예지중·고정상화추진위원회 쪽과 설 교육감이 만났다. 설 교육감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예지중·고 졸업생 김아무개씨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해서 성사된 면담이었다. 면담에는 예지중·고 사태를 담당하는 시교육청의 교육정책과 평생교육 담당자도 동석했다. 이 자리에서 설 교육감은 다짜고짜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러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질책을 했다고 한다. 정상화추진위원회 쪽에서 사태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설명하자 설 교육감은 “그 문제 잘 해결된 거 아니었나요?”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정상화추진위원회 쪽이 박규선 전 교장을 왜 감싸고 도느냐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설 교육감은 “박 전 교장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화추진위 쪽이 밝힌 정황 등을 보면, 박 전 교장과 일면식도 없다는 설 교육감의 변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설 교육감과 박 전 교장은 효교육원 효지도사 1기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한밭대 총장이던 설 교육감은 효교육원을 매개로 박 전 교장이 마련한 각종 행사에 수시로 참석했다. 심지어 교육감 예비후보 시절인 2014년 1월에는 박 전 교장이 설 후보의 출판기념회 책값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는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는 교육감의 해명을 믿을 수 있는가.
대전예지중·고정상화추진위원회는 오늘도 시교육청 앞에서 교육감의 책임 있는 조치와 예지재단 이사진 전원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추진위 쪽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부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설 교육감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 설 교육감에게 필요한 건 ‘호미 사용법’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손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속담을 되새겨야 한다.
오완근/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