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형사항소부, 상관과의 갈등 피하려 자리 피한 것 판단
무례한 행위일뿐 경멸로 보기 어려워 상관모욕죄는 과도한 해석
무례한 행위일뿐 경멸로 보기 어려워 상관모욕죄는 과도한 해석
상관인 대령이 3차례 불렀지만 대위가 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하더라도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영식 부장판사)는 최근 여러 장교가 있는 가운데 상관의 부름을 무시하고 자리를 피해 모멸감을 느끼게 한 혐의(상관모욕)로 기소된 ㅈ(36)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ㅈ대위는 몸이 좋은 않은 상태에서 상관과의 갈등 상황을 일시적으로 모면하려고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거동만으로 상관의 사회적 평가나 명예감정을 저하시켰다거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의관이던 대위 ㅈ씨는 지난해 2월10일 한 국군병원 당직실에서 다른 장교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병원장 대령 ㄱ(51)씨가 3차례 큰소리로 불렀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가 거동에 의한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ㅈ 대위는 사건 전날인 9일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수액을 맞고 있던 중 ㄱ대령과 말다툼을 벌였다. 당일 오전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당직실에서 쉬고 있을 때 ㄱ대령이 찾아오자 “몸이 좀 아픈데 쉬면 안됩니까. 병원에는 인권도 없습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ㄱ대령이 “ㅈ대위”하고 세차례 불렀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당직실을 밖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상관을 면전에서 모욕했다며 기소했고, 그는 지난해 4월 전역해 민간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인 광주지법 형사단독은 지난해 11월 “이런 행위는 상관에 대한 결례이거나 무례한 행위일 뿐 경멸로 보기 어렵다. 형벌법규를 과도하게 확장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이런 경우까지 모욕에 포함하면 상관에 대한 정당한 의사표시나 단순한 지시불이행도 상관모욕죄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군형법은 상관모욕죄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관모욕죄는 상관의 명예 등 개인적 법익 뿐만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와 통수체계 유지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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