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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담담] 효율성 쫓다 위기 맞은 문화이용권 사업

등록 2016-06-29 14:51수정 2016-06-29 20:48

문화이용권 사업이란 게 있다. 공연이나 전시 관람, 도서 구입 등이 어려운 문화소외층에게 일정액이 담긴 카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문화바우처’라는 말로 10년 전 시작됐다. 1인당 5만원이 담긴 카드를 지원하는 문화이용권 사업은 법률적 지원 근거가 만들어졌고, 예산도 4억여원에서 700억여원으로 늘었다. 문화이용권 사업은 10년의 세월이 쌓이면서 ‘문화복지’의 다른 말로 자리를 잡았다.

이 사업의 장점은 문화소외층을 위한 문화복지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악한 여건에서 악전고투해 온 지역문화인들을 지원하고 지역문화를 진흥시키는 단비 같은 역할도 했다. 전북도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지난해 전국 평균 50.56%, 전북도 27.57%)에 해마다 50억여원이라는 문화예산이 투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소외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이자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종자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제도가 취지와 무관하게 운영상의 문제점을 갖고 있듯 문화이용권 사업도 그러하다. 무엇보다 지역에 내려야 할 단비가 수도권, 거대 자본에 쏠리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말 기준으로 영화, 음반, 도서 부문에 소진된 예산 비율이 전국적으로 73%였다. 전북도는 65%였다. 영화, 음반, 도서는 대체로 수도권에 법인을 둔 거대 자본이 주도한다. 문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자본에 문화이용권 사업 예산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사용 금액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 또한 문제다. 2014년에 전북도 이용자들이 사용한 31억여원 가운데 전북도 소재 카드가맹점에서 승인된 금액은 22억여원, 비율로는 71%였다. 수도권에서 사용된 금액이 무려 24%였다.

지역 간 문화 격차를 줄여도 모자랄 판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혹시 이러한 현실을 들어 가뜩이나 이 사업에 부정적인 정부 관계자들이 “그래, 거 봐. 문제가 많잖아. 그러니까 이 사업 하지 말자”는 근거가 될까 염려된다.

나는 이 문제가 지원 방식의 기술적인 문제, 즉 카드제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정부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카드제를 선호한다. 카드는 이용 분석과 정책 개발에 구체적 통계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그런데 거주지, 소득, 세대 간 정보가 비대칭적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편향적인 문화 향수를 불러올 수 있다. 카드를 쓸 가맹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경우 예산 대비 효과가 높을 리 없다.

전면적으로 카드제를 시행하려면 지역별로 카드를 사용하는 환경이 비슷해야 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전북도의 문화누리카드 가맹점은 1770개이다. 시와 군의 비율은 7대 3으로 도시에 집중돼 있다. 지자체 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1㎢당 0.2개이다. 생활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예술분야 가맹점은 1㎢당 0.06개이다. 지역과 수도권이 같은 여건일 수 없다.

그나마 이런 불합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보완 장치를 둔 것이 ‘기획 사업’(문화더누리프로그램)이다. 카드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발급 받기 어려운 주민을 대상으로 ‘모셔오는 서비스’,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를 도왔다. 평균적으로 전체 예산의 30%를 배정했다. 예산도 적지 않았고, 혜택을 받는 주민도 많았다. 지역예술인이 직접 참여해 지역문화생태계에도 도움이 컸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부연구위원
장세길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부연구위원
그런데 올해부터 이 사업을 없앴다. 실적이나 성과 때문이 아니라 예산 부족이 이유인 것 같다. 산간벽지에 살거나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은 어렵게 받은 카드를 장롱에 묻어둬야 할지도 모른다. 재정 효율성을 앞세워 문화 사업을 여전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여기는 관료들이 적잖다. 그 독을 콩나물시루로 바꿔 생각해보길 권한다. 문화격차 해소를 핵심 목표로 삼은 정부가 효율성을 내세워 오히려 격차를 더 벌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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