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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야기 담담] 민중은 돼지가 아니라 파트너

등록 2016-07-13 15:37수정 2016-07-13 20:21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이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한 발언 내용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교육의 큰 틀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고위 관료가 발언한 내용치고는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내용이다.

현대판 신분제를 찬양하는 그의 발언대로라면 명문학교 몇 곳만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운영하며 관리하면 될 일을 교육부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을 통제하고 보조금까지 지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의 존재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인 셈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14위권의 경제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으로 교육열에서 기인하는 것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고등교육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 흔히들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표현했듯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의 세습, 빈곤의 세습이 고착화하고 있어 오히려 꿈의 가능성이 희박해진 셈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희박해진 꿈의 가능성을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희망으로 싹을 키울 수 있는 교육제도, 사회구조의 개혁을 선도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패러다임의 변화와 시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을 한 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그리고 그가 발언한 것처럼 민중은 개와 돼지가 아니다. 사실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국가가 난국에 처했을 때 풍전등화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민중들이 스스로 나서 목숨을 내던졌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의 의병, 동학혁명의 농민군, 한국전쟁의 학도병 등이 그러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뤄낸 한강의 기적도 밤낮 없이 성실하게 산업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구어냈다. 구제금융(IMF) 위기 때는 어떠했는가! 금까지 내다 팔아 나라의 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국민들이다. 민중이 개, 돼지와 같은 우둔하였다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과연 귀한 목숨, 소중한 물건들을 스스로 내어 놓았을까? 오히려 투철한 국가관, 삶의 철학이 있었기에 자신을 희생한 것이 아니겠는가! 민초들은 때론 저항으로, 때론 헌신으로 역사의 도도한 흐름과 함께 해왔던 것은 아닐까?

공직사회에서 민중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젠 변해야 한다. 민중은 단순히 서비스 수혜 대상자이거나 계몽의 대상자가 아니다. 개혁과 혁신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오히려 공직사회의 변화가 가속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거버넌스(협치)의 중요성이 자주 강조되곤 한다. 거버넌스는 정부 중심의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 또는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의 참여와 협력적 네트워크에 의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와 건축 분야의 예를 들면, 거버넌스의 정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경관법상의 경관협정, 건축법상의 건축협정, 그리고 도시재생사업 등이 도시와 건축 관리 측면에서 거버넌스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와 같은 행정 주도로는 도시의 공공성과 정체성을 담보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관련 법규의 테두리 속에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제점을 찾아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 물리적 환경과 생활 경관을 자주적,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행정은 주민의 의견을 수용하고 정책과 사업에 반영함으로써 효율적인 예산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정책과 사업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은 주체이자 한편으로는 협력적 파트너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우리들의 인식도 변해야 하고, 그것이 개혁이고 혁신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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