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노동·인권·교육 단체들이 지난 6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 앞에서 청소년고용사업장의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제공
“월급날 일주일 전에 사장이 나타났어요. ‘돈이 없어졌다, 물건이 없어졌다. 학생들이 채워 넣어라’고 난리를 쳤죠. 대부분 어이가 없어 그만 뒀고, 1명은 석달간 일해서 물건값을 채워넣겠다고 ‘노예계약서’를 썼어요.”
지난해 7월 여수 ㄱ고교 3학년 ㅂ군이 여수시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겪은 일이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정했다. 조사 뒤 사장은 학생 3명의 밀린 임금 370여만원을 내놨고,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물었다. 사장은 학생들이 금품 70여만원 어치를 훔쳤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들의 절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다.
사회에 첫발을 디딘 청소년들이 일자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법정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커녕 도둑으로 몰리거나 결근 하루에 열흘치 임금이 날아가기도 했다.
14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전남 청소년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청소년 고용사업장에서 일어난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들이 보고됐다. 참석자들은 청소년들의 노동실태를 들은 뒤 노동권 보장 방안을 논의했다.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지난해 특성화고 40곳의 3학년 학생 3849명에게 물은 결과 48.9%인 1881명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 중 54.3%는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고, 65.8%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다.
업종은 식당이 48.0%로 가장 많았고 편의점이 17.6%로 뒤를 이었다. 패스트푸드점, 빵집,아이스크림점, 카페, 피시방 등지도 포함됐다.
이들은 설문을 통해 “돈이 맞지 않자 임금에서 깠다”, “최저임금을 요구하다 해고됐다”, “어리다고 무시했다”, “늘 욕설과 폭언을 했다”, “엉덩이를 만졌다” 등 불만을 토로했다.
이 센터 대표 김현주씨는 “청소년들이 이런 현실을 접하면 사회와 노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구의역의 청년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동기본권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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