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제주 서귀포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의 크루즈선 방파제(왼쪽)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해군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의 ‘민군 공동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해군의 입장은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체결한 기본협약서 내용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제주도 등의 말을 들어보면, 해군은 지난달 22일 제주도에 제주해군기지 내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서·남방파제(1110m)를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협의를 요청해왔다.
해군은 민군 공동시설(13만3246㎡)인 운동장·종교시설·민군복합센터(수영장·체육관), 주차장과 독신자 숙소 등을 뺀 제주기지 전대터와 대형·중소형함 부두로 쓰이는 계류부두를 포함해 크루즈선이 접안하는 방파제까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해군은 군사기지 설치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라 군사보호구역상 ‘제한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군사보호구역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으로 나뉘는데, 통제보호구역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고 제한보호구역은 보호구역 중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필요한 지역과 군사기지·군사시설의 보호나 지역주민의 안전이 요구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설정한다. 이 구역으로 지정되면 민간인은 부대장의 허락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게 된다. 촬영·녹취·측량을 하는 일도 금지된다. 이를 어기면 1~3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만~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크루즈선 관광객들이 강정에 내려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법률 위반이 될 수도 있다.
해군이 이곳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하려면 2013년 3월14일 제주도와 국방부, 국토부간에 체결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공동사용협정서’ 7조(보호구역 지정시 협의)에 따라 국방부장관이 제주지사와 미리 협의해야 한다.
제주도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는 지난 14일 해군 쪽과 협의를 했으나, ‘수용 불가’ 의견을 제출했다. 도는 국제항행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항만의 보안시설, 장비 설치, 검색인력 배치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9년 4월27일 국방부와 국토부, 제주도간에 체결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 8조(권리행사의 제한 배제)에는 “국방부장관은 육상의 민군복합항 울타리 경계와 해상의 군항 방파제 밖의 지역에 대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해군의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추진이 기본협약서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양희범 제주도 해양수산과장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고 하면 군사적 색채를 완화해야 된다. 항만보안시설로 충분히 보안이 가능한데 외곽 울타리를 제한보호구역으로 정해 통제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강정 국제크루즈 터미널 공사는 12월 완공되며, 크루즈항은 내년 7월 개항한다. 내년에는 크루즈선이 150회 기항할 예정이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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