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지중고등학교 학생들이 19일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연 학교 정상화 집회에서 대전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박아무개 전 교장이 오면서 학교가 엉망이 됐다.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며 통곡했다.
“다 늙어서 하는 공부, 학교가 못하게 합니다.(어어엉) 이런 학교 지원하는 교육청은 뭐하는 곳인가요?(으으흑)”
19일 오전 11시,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며 호소문을 읽던 권옥자(80·중3 야간반)씨가 오열하며 주저 앉았다. 강선자(66·고1 주간반)씨가 뒤이어 한 줄을 읽은 뒤 또 울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순임(57·고1 야간반)씨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호소문을 마저 읽었다.
만학도인 이들은 모두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대전 예지중고등학교 학생들로, 올 초부터 학교가 파행을 겪자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각계에 학교 정상화를 호소해 왔다. 학생들은 수업거부를 선언하고 집회를 벌이기도 했으나 시교육청이 학교 재단에 ‘이사진 퇴진, 유영호 전 교감 징계 철회’를 요구하자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은 최근 학교 쪽이 “학사 파행에 책임이 있는 학생과 교사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 14일 이 학교 이사회는 박아무개 이사의 사퇴서를 반려하고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또 18일부터 2주간 조기방학한다는 공고를 일방적으로 게시한 뒤 학교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교체해 학생·교사들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나섰다.
이에 이 학교 정상화추진위원회는 다음달 10일까지 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기로 하고 이날 전교생 등 300여명이 모여 ‘대전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예지학교는 배움에 한이 맺힌 만학도들이 힘겹게 공부하는 곳이다. 현재 고3학생들은 이달 말에 기말고사를 치러야 대학 수시모집에 응시할 수 있는데, 학교가 조기방학을 해 면학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4년전 박 이사(전 교장)가 인수한 뒤 교사들에게 십일조(발전기금)와 명절 떡값을 강요한 뒤부터 학교가 엉망이 됐다. 올초 대전시교육청이 특별감사를 해 비리를 확인했으나 검찰 고발대신 경고 조처에 그쳐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황선희(56·고3 주간반)씨는 “우리의 바람은 나쁜 이사들과 교장을 몰아내고 마음편하고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다. 설동호 시교육감이 학교를 완전히 정상화 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학교를 살리려고 애원하는 만학도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달라”고 호소했다. 전교조는 예지재단과 박아무개 이사를 사법기관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음달 5일까지 예지재단이 교육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사진 해임을 위한 청문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