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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목포의 ‘보리마당’ 아시나요?

등록 2016-07-20 14:39수정 2016-07-20 20:33

[이야기 담담] 문화유산 달동네 골목길 살려야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

목포 유달산의 언덕빼기엔 간판도 없이 막걸리를 파는 ‘보리마당 할매네집’이 있다. 위로 올려다보면 유달산 능선이 나지막이 이어진다. 발치에는 바다 내음이 묻어나는 고하도와 목포진 옛터, 목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광도 풍광이지만, 칠순 할매의 구수한 손맛과 넉넉한 마음씨가 더할 나위가 없는 곳이다. 참깨와 참기름을 가득 부은 두부, 말린 민어나 홍어·가오리 따위 생선찜을 한번 맛보면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애초엔 단골들끼리 알음알음 다녔는데 요즘은 전국 방송를 몇 번 타면서 꽤나 유명해졌다. 할매네집 안방 문 위에는 언제부터인지 시화작품 한편이 멋스럽게 걸려 있다. 시인 김선태의 ‘서산동 할매네집’이다.

“서산동 언덕빼기 보리마당에는 칠순 할매가 간판도 없이 막걸리를 파는 집이 하나 있는데요./ 이곳에서 한번 술잔을 기울인 사람은 다시 안 오고는 못 배기지요./ 대체 술맛이 어쩌길래 그리 허풍을 떠느냐고요?/ 온금동과 이웃한 서산동은 목포에서 소문난 달동네./ 짜디짠 가난에 절인 섬사람들이 뭍으로 건너와 제비집 같은 집을 짓고 배도 타고 부두 노동도 하며 깃들어 사는 곳….”

유달산 자락에는 목포 사람들의 애환이 살아 숨쉬는 곳이 많다. 서산동과 온금동 일대도 그 가운데 하나다. 1897년 개항 당시 지도에도 온금동이 나온다. 120년이 넘은 오래된 마을이라는 근거다. 따뜻한 만이라는 뜻을 가진 ‘다순구미’를 한자로 옮겨 온금동(溫錦洞)이 됐다. 삼면이 막혔던 째보선창, 보리타작을 했다는 보리마당, 달동네로 넘어가는 아리랑고개 등 정겨운 지명이 살아 있다. 1938년 일본인에 의해 지어져 1994년까지 내화연와를 생산했던 조선내화 공장의 건물과 굴뚝들도 옛 모습 그대로 남겨져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답사자들은 이곳이 ‘가장 목포다운 풍경’이라며 인터넷 블로그나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이들이 이곳에 끌리는 이유는 자연 풍광도 한몫하지만 무엇보다 목포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골목길이 옛 모습대로 간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비탈 달동네인 서산동과 온금동의 좁은 골목길은 해안가에 옹기종기 모여 시난고난 살아왔던 항구 주민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회학적, 민속·인류학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두 지역을 들여다보면 세입자가 87%, 무허가 주택이 50%, 60살 이상 독거노인 세대가 48%를 차지한다. 주민도 풍경도 수십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목포시는 이곳에 3천여 세대의 고층 아파트를 건립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유달산 조망권과 이주대책 등을 거론하며 반대해왔다. 온금동 1차 사업의 경우 지난해 10월 재개발조합이 형성됐지만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개발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화의 온기가 주민한테 위안을 주는 것은 다행스럽다. 서산동 보리마당 일대에는 지난해 10월 시인들과 화가들이 ‘서산동 시화골목길’을 조성해 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목포시가 유달산에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와 서산동 시화골목길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노래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워진 대중가요 기념 유적이라는 역사성을 높이 샀다. 골목길은 목포 고유의 해안마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장소성이 부각됐다.

그동안 역사의 굴곡과 주민의 애환이 녹아있는 골목길들이 주변의 무관심 속에 숱하게 사라져갔다. 가치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고 마구잡이로 난개발을 진행한 탓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문화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실행해야 한다.

어느 도시를 가도 판박이처럼 똑같은 고층 빌딩을 하나 더 세운다한들 지역이 달라지겠는가. 세상에서 오로지 목포에만 있는 문화자원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보리마당 골목길에 시간여행을 떠나온 이들이 붐비는 모습을 보고 싶다. 홍어찜에 막걸리도 한순배 기울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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