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을 판판하게 고를 때 쓰는 농기구 ‘번지’ 전남도 농업박물관 제공
전남 영암의 농업박물관이 방학을 맞아 농경유물 특별전을 마련한다.
전남도 농업박물관은 오는 22일부터 두 달 동안 쌀 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지역민들이 기증한 농경유물 170여점을 모아 특별전을 펼친다.
박물관은 농경생활, 의생활, 식생활, 주생활, 교육·문중·개인사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유물을 전시한다.
농경생활 분야에선 쟁기·써래·나래·방틀·곰방메·글겅이·코뚜레 등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1970년대까지 모내기 때 못줄 대신 쓰던 방틀이 눈에 띈다. 방틀은 가로 120㎝, 세로 60~70㎝인 우물 정(井)자 모양의 나무 모틀이다. 네 모서리 밑에 철사로 만든 발을 달아 무논에 빠지지 않고 모를 심는 기구다. 장흥군 용산면 운주리 쇠똥구리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이영동씨가 기증했다.
모내기 때 써래로 흙덩이를 잘게 부순 뒤에 논을 판판하게 고르는 번지와 나래도 기억 속에서 사라진 도구들이다. 농삿일을 하면서 소를 부릴 때 쓰는 코뚜레와 등을 긁어주고 털을 골라주는 글겅이도 볼 수 있다.
주생활 분야엔 1980년대에 소비절약을 위해 석유나 연탄 대신 연료로 썼던 왕겨화덕이 등장한다. 한옥 여닫이문 옆에다 밖을 내다볼 수 있게 설치한 눈꼽재기창에서도 옛사람의 지혜와 실용을 엿볼 수 있다. 몇대씩 물려받은 삼베·모시·무명·명주 등 옷감을 비롯해 손때묻은 반닫이·고리짝·반상기 등 안방살림들도 다양하다. 죽산 안씨와 광주 이씨의 족보·가승을 비롯한 문중자료, 영농일지와 졸업사진, 전남도민증 등 개인 유물들도 만날 수 있다.
이명헌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농경도구 뿐 아니라 의·식·주를 망라한 생활유물과 민속자료를 두루 볼 수 있도록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박물관은 22일 오후 3시 기증자 29명을 초청해 개막식을 열고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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