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간선급행버스(BRT) 점검에 나선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이 22일 기점인 대전역 동광장 정류장에서 고속버스형 비아르티 차량의 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20일 개통한 대전~세종~오송 비아르티(BRT·간선급행버스)는 장애인·노약자 불편, 승하차 지연 등의 문제를 지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25일 “대전 비아르티는 세종시 계획에 포함돼 백지에서 시작했는데 세계적인 수준의 비아르티 대신 서울 비아르티를 따라해 반쪽짜리가 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박 소장은 브라질 쿠리치바 시가 도입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전세계 도시 206곳으로 확대된 비아르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도시정책 전문가다.
그는 서울에 이어 대전까지 ‘무늬만 비아르티’가 도입된 이유로 ‘비아르티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그는 “비아르티를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 정도로 알고 있는데, 비아르티는 철도의 정시성·신속성·쾌적성과 버스가 지닌 노선의 유연성·접근성·경제성이 조화를 이뤄 ‘땅 위의 지하철’로 불린다. 트램과 다른 점은 궤도와 바퀴의 차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박 소장과 함께 지난 22일 아침 8시15분 대전역 동광장에서 충북 오송역까지 70분 동안 비아르티를 타고 문제점을 점검했다. 고속버스형 빨간 비아르티 차량이 정류장에 진입했다. 출입문이 하나뿐이다. 승객이 하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에 올라야 했다. 자연 승하차 시간이 길어졌다. 또 출입구가 계단식이어서 휠체어·유모차 탑승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군데군데 외진 정류장은 조명조차 없어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높았다. 안전시설인 스크린도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비아르티 차량은 출퇴근 시간대 15분, 평소 17~19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대전~오송 53㎞에 전용도로를 설치하고 1시간에 버스 4대가 160여명(왕복 320여명)을 실어 나르는 셈이다. 국제 기준은 출퇴근 시간대 1시간당 한방향으로 1천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어야 우수 등급을 받는다.
박 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아르티는 친근한 이름이 있고, 속도와 수송능력을 높이기 위해 출입문이 3개 이상인 굴절버스를 운행한다. 추월차로와 양방향 탑승이 가능한 환승 정류장이 설치돼 있으며, 휠체어 등이 바로 타는 수평 승하차가 가능하고, 요금선불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아르티는 발전을 거듭해 콜롬비아 보고타, 중국 이창 등 세계 곳곳에서 최고 수준의 비아르티를 운행하고 있다. 국제 기준으로 대전과 서울 비아르티를 평가하면 시설은 60점대, 종합평가는 잘 봐줘야 40~50점대 수준이다. 시스템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전 비아르티가 도심고속화도로를 통과해 안전띠가 있는 고속버스형 비아르티 차량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인 이용 등에 제약이 따르므로 고속화도로를 우회해 대덕구를 통과하는 비아르티 노선을 별도 개발하고, 수평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투입해 이용 편의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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