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에 8시간 동안 갇혔다 의식을 잃은 유치원생의 어머니가 5일 전남대병원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다.
폭염경보 속에 통학버스 안에 8시간 동안 방치됐던 네살배기 유치원생이 일주일이 지나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다.
광주 광산구 ㅅ유치원에 다니는 최아무개(4)군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20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통학버스 안에 홀로 남겨졌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은 낮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최군은 문 닫힌 찜통 버스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열사병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최군은 하원 준비를 하러 간 운전기사에게 발견돼 119구급차로 ㅊ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군은 위중한 상태라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호흡기를 넣고, 냉찜질을 하며 3차 진료기관인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최군의 체온은 이미 42도까지 올라가 있었다.
전남대병원 쪽은 입원 초기 컴퓨터단층촬영(시티) 등으로 머리와 몸통을 두 차례 진단했다. 진단 결과 뇌가 80% 정도 손상된 상태였다. 폐·간·콩팥 등도 손상됐고, 위에는 출혈이 있었다. 최군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느다란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일주일이 지난 5일까지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있다.
최군의 부모인 최운봉(42)·이화(37)씨는 입원 첫날부터 중환자실 병실 밖 복도에서 아들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밤엔 최씨가 병원 1층 은행 앞에 있는 팔걸이 없는 벤치에서 쪽잠을 자며 대기하고, 이씨는 최군의 두살배기 동생을 보러 집에 들어간다. 이들은 매일 오후 1시30분부터 30분 동안 허용되는 면회 시간에 잠깐 아들을 만날 수 있다. 침대 위에 누워있는 어린 아들은 야속하게도 아무런 기척조차 없다. 아들을 부둥켜안고 손·팔·다리를 주물러보지만 반응이 느껴지지 않아 날이 갈수록 바짝바짝 속만 타들어간다.
이씨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이렇게라도 한다. 마음이 간절하면 꼭 깨어날 것이라 믿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오늘도 폐 상태가 나빠져 다른 처방을 했다는 말을 들어 마음이 무겁다. 어떻게든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상태가 안정됐으면 좋겠다. 사고 이전의 활달한 아이로 다시 돌아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처음에는 유치원에서 버스와 부딪친 줄 알았다. 나중에 불볕더위에 찜통버스 안에 방치됐다는 걸 알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뇌가 크게 손상돼 살아날 가능성이 낮고 설령 살아난다해도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99.9%라고 들었다”고 한숨지었다.
충격과 비탄에 잠긴 부부는 생애에서 가장 뜨겁게 찾아온 여름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다. 이들은 생업도 팽개친 채 옹색한 중환자실 앞 공간에 짐보따리를 놓아두고 아들이 거짓말처럼 일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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