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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원폭 피해자 2세 위한 쉼터 처음 문 열어

등록 2016-08-06 17:29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에서 개소
원폭 피해자 2세들을 위한 공동 생활시설인 ‘한국 원폭2세 환우 생활 쉼터’가 6일 경남 합천군에 문을 열었다.
원폭 피해자 2세들을 위한 공동 생활시설인 ‘한국 원폭2세 환우 생활 쉼터’가 6일 경남 합천군에 문을 열었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고 정확히 71년만인 6일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리는 경남 합천군에 한국인 원폭피해자 2세를 위한 쉼터가 문을 열었다. 부모에게서 원자폭탄 피폭 후유증을 물려받아 고통받는 원폭피해자 2세를 위한 공동 생활시설은 일본을 포함한 세계 통틀어 이곳이 유일하다.

“나는 집에 그냥 있고 싶은데, 엄마가 자꾸만 여기에 있으래요. 무서워요. 동생도 보고싶고.”

6일 문을 연 ‘한국 원폭2세 환우 생활 쉼터’ 첫 입소자인 전옥람(54·여)씨는 어머니 이길자(76)씨의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의 손을 꼭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전씨는 아버지로부터 피폭 후유증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20대 초반까지는 아무런 증세를 나타내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직장도 다녔다. 그러다 갑자기 지적장애 증세를 보였고, 더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시로 환청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한국 원폭2세 환우 쉼터’ 첫 입소자인 전옥람(54·왼쪽)씨와 전씨의 어머니. 전씨의 여동생도 조만간 입소할 예정이다.
‘한국 원폭2세 환우 쉼터’ 첫 입소자인 전옥람(54·왼쪽)씨와 전씨의 어머니. 전씨의 여동생도 조만간 입소할 예정이다.
전씨의 여동생 연희(48)씨는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연희씨 역시 20대 초반부터 증세를 나타냈는데, 이제는 아예 말문을 완전히 닫은 채 방 한쪽 구석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자동차를 무서워해서 병원에도 가지 못한다.

아버지 전상근씨는 “몹쓸 후유증을 딸들에게 물려줬다”며 술만 마시며 자책하다 지난 2011년 사망했다. 이후 어머니 이씨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두 딸을 돌봤다.

어머니 이씨는 “내 죽은 뒤에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 걱정뿐이었는데, 이젠 한시름 놓았다. 먼저 큰애가 쉼터 생활에 적응하면, 작은애도 쉼터에 데려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쉼터에는 모두 6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첫 입소자로 전씨 자매와 20대 초반부터 시력과 청력을 잃고 각종 악성 종양에 시달리고 있는 문택주(63)·종주(61) 형제 등 4명이 결정됐다. 하지만 전옥람씨를 제외한 3명은 건강이 워낙 나빠 당분간 입소를 미루기로 했다.

원폭 피해자 2세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선천성 질환이 피폭 후유증이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 또한 이들의 피폭 후유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들에 대한 모든 지원은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쉼터 역시 원폭 피해자 2세들의 모임인 한국원폭2세환우회와 이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합천평화의집’이 2010년부터 성금을 모은 8000만원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이 돈도 보증금 5000만원과 시설수리비 등으로 거의 바닥난 상태이다. 다달이 내야 하는 월세 50만원과 운영비·관리비 마련도 당장 막막한 상태이다.

급여를 받지 않고 쉼터 운영자를 맡기로 한 한정순(57) 한국원폭2세환우회 명예회장은 “힘들게 쉼터를 열었다는 것에 우선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물론 꾸준히 운영하는 것이 문을 여는 것보다 더 힘들겠지만, 뜻을 모으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희생된 한국인을 기리는 추모제가 6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한국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렸다.
1945년 8월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희생된 한국인을 기리는 추모제가 6일 오전 경남 합천군 한국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렸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당시 피폭자는 44만명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만명이 한국인이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3만여명은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현재 생존자는 나가사키 피폭자를 포함해 249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자녀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나, 스스로 원폭 피해자 2세임을 밝히고 원폭2세환우회에 가입한 이는 1300여명에 그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다.

이날 쉼터 개소식에 참석한 하창환 합천군수는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히라오카 다카시 전 일본 히로시마 시장은 “2세들의 현재 참상이 원폭 피해자 1세들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쉼터 개소를 계기로 반전 반핵 운동이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합천/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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