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유리창 청소하다 추락사한 탈북 40대 가장의 일기장
탈북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
청진시 의사에서 인천 청소부로
아내 병 치료 위해 2006년 탈북
공사판, 주차관리원, 미화원 전전
난간작업 안전장비 못 간춘 채
건물 내벽 계단 대롱대롱 14m 밑 ‘툭’
유족들 “사쪽 사과 않고 막말”
청진시 의사에서 인천 청소부로
아내 병 치료 위해 2006년 탈북
공사판, 주차관리원, 미화원 전전
난간작업 안전장비 못 간춘 채
건물 내벽 계단 대롱대롱 14m 밑 ‘툭’
유족들 “사쪽 사과 않고 막말”
아내의 병을 치료하겠다며 탈북한 40대 남성이 인천에서 안전모도 없이 빌딩 청소를 하다가 추락해 숨졌다. 그는 북한에선 의과대를 졸업한 의사였다.
김아무개(48·인천시 남동구)씨가 지난 13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포스코 아르앤디(R&D)센터 건물 내벽 유리창 청소를 하다가 지상 2층에서 14m 아래 지하 1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17일 유족들의 말을 들어보면, 김씨는 건물 내부 계단을 밟고 길이 3미터의 장대를 이용해 건물 내부 유리창을 닦다 앞이 허공인 것을 모르고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 당시 김씨는 안전모는 물론 난간 작업을 할 때 착용하는 생명줄과 같은 안전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은 채 작업했다. 유족들은 “작업 전 안전교육이 매우 형식적이었다. 건물 구조상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공간에는 안전그물망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없었다”며 “최근 회사 쪽에서 유독 김씨에게 청소를 다시 하라고 요구했는데 이런 중압감 속에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일했다. 아내가 간질환, 고혈압 등에 시달리자 아내의 치료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2006년 8월 국내에 입국했다. 김씨는 취업을 위해 포클레인, 지게차 운전 등의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자 인천 지역 공사판에서 막일을 하며 아내의 치료비와 생활비를 마련했다. 2010년 송도 포스코 아르앤디센터와 포스코건설 빌딩 환경미화와 주차 관리를 위해 포스코가 출자해 만든 사회적 기업 ‘송도에스이(SE)’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김씨는 주차관리팀 관리직으로 일해오다 올해 4월 업무가 외주화되자 환경미화원으로 옮겨 빌딩 청소 업무를 해왔다고 한다. 주차관리팀에서 일할 때는 월 180만원 받다가 환경미화원으로 바뀌면서 월 140만원을 받았다. 그는 봉급으로 생활비와 아내 병원비 마련이 어려워지자 쉬는 날에는 공사판에 나가 일했지만 2000만~3000만원의 빚을 남긴 채 떠났다.
그가 평소 써온 메모장에는 직장에 대한 소중함과 자부심, 북에 두고 온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딸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유족들은 “애초 15일 오전 장례를 치르려고 했다. 그런데 상무가 와서는 ‘도의적 책임만 있다’며 발뺌하고, 반장은 유족들에게 막말을 하는 등 무시해 사쪽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이 나올 때까지 장례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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