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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정규직이다”…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 15명 승소

등록 2016-08-17 23:21

광주고법 17일 사내하청 불법 파견으로 판단…해고 노동자 6명도 모두 포함
2012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뒤 자동차·철강 업계로 확산
때론 지치고 힘들었다. 재판부가 세 번이나 바뀌고, 선고가 무려 아홉 차례나 연기됐다. 그 와중에 포스코 사내하청 노조운동을 함께 했던 고 양우권씨가 2015년 5월 세상을 떴다. 포스코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양동운(56)씨는 17일 오후 광주고법에서 승소 판결이 나오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1989년 첫 하청 노조가 생긴 뒤 27년 만에 자신이 정규직 노동자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홍동기)는 이날 양씨 등 포스코 광양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이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씨 등이 원청인 포스코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지휘 명령을 받고 포스코 사업조직에 편입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범위도 6명의 해고자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이번 판결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노동자 3만6000여명 중 약 55.5%를 차지하는 사내하청 노동자 2만여 명의 지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정규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다.

이날 판결에 대해 정용식(52)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당연한 결과다. 1991년 원청 직원들이 했던 열연공장의 제품라인을 인수받은 뒤 냉연공장 등 힘든 공정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왔다. 모든 작업 지시는 원청에서 한다. 우리가 작업을 중단하면 전체 공정이 선다. 당연히 불법 파견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11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3년 1심에서 패소했다. 양씨 등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항소심 과정에서 포스코 원청 쪽이 무선전화를 통해 작업을 지시한 내용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해 승소를 이끌어 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쪽은 “재판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조는 곧 23명의 사내 하청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방침이다.

사내하청 정규직화는 2005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의 소송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대법원은 2010년 7월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고, 2년 이상 사내하청으로 일한 경우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4명에 대해 직접 생산라인 뿐 아니라 의장·차체 등 간접부서의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다. 쌍용자동차, 기아자동차, 지엠 등 완성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정규직이라는 판결이 나온 뒤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 사내하청도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표 참조)

대기업 사내하청 불법파견 주요 소송 일지
대기업 사내하청 불법파견 주요 소송 일지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은 “모든 제조업 공정의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당국은 즉각 포스코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불법파견 시정명령과 함께 사용자의 범법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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