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가 스토리 펀딩에 나선 지 8일 만에 목표액의 200%인 2억원을 넘었다.
“제 마음 한구석에나마 남아있는 알량한 정의감으로 조금의 힘을 보탭니다”
‘망한 변호사’로 스토리 펀딩에 나선 박준영 변호사(43)의 후원금이 2억원을 넘은 19일 새벽, 박 변호사를 후원한 한 시민은 “염치 없지만 당신의 손을 빌려서 우리 사회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고 싶습니다”라며 다음 카카오스토리 펀딩에 댓글을 남겼다. 지난 11일 박 변호사가 스토리 펀딩에 나선지 사흘 만에 목표액 1억원을 넘긴 데 이어 8일 만인 19일 새벽 목표액의 200%인 2억원을 넘었다.
박 변호사는 “돈을 받는 제가 행복한 것은 당연한데, 어제 새벽 2억원을 넘자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기뻐해 주셨다. 선한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에 목마른지 알 것 같네요. 500% 달성할 때까지 매달 조금씩 보탤게요”, “펀딩액 2억 달성 코 앞…제가 덩달아 기쁘네요”라는 시민들의 축하 글이 잇따랐다.
지난 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완전히 망했습니다.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스토리 펀딩에 나서겠습니다”고 선언했던 박 변호사에게 지난 1주일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는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어요. (수원사무실을 빼고) 서울로 갈 생각을 하고 그냥 은행 만기 돌아오는 대출 일부 분할 상환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라고 했다. 실제로 박 변호사는 이달 말쯤 한 기업 공익재단의 제안에 따라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했으나 최근 시민들의 후원이 잇따르자 포기했다. ‘중복 후원’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 변호사는 5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아준 데 대해 “측은지심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했다.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국민의 성품이 아닐까요.”
박 변호사는 후원금과 함께 실린 댓글을 보면서 “그동안 좌절하고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라고 한탄만 했는데, 다시금 우리 사회를 생각하게 한다는 그런 댓글들이 많았다. (그런 댓글에서)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한 주 동안 박 변호사에게 쏟아진 것은 후원금만이 아니다. 하루에도 사무실로 수십통의 전화와 여러 통의 편지들이 쏟아졌는데 도움을 청하는 간절한 호소들이 담겨있다고 했다. 수원지법 앞에 있는 사무실 문에는 박 변호사를 직접 찾아왓지만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 이들이 남긴 글과 포스트잇도 남겨져 있다.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에서 최근의 삼례 나라슈퍼 사건까지 돈도 받지 않은 채 형사사법 절차 피해자들에 대한 법원의 재심 결정을 끌어냈던 박 변호사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처럼 돈이 없어서 억울한 일을 겪는 피해자들, 피해를 입어 고소했는데 상대가 돈으로 권력으로 자신의 죄를 덮는 경우 이런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사람이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뜻을 같이 하고 함께 할 변호사들을 모아 형사사법 피해를 겪는 시민들을 돕는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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