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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세속 광주’가 ‘5월광주’를 노골적으로 압박”

등록 2016-08-19 17:13수정 2016-08-19 17:39

사회와철학연구회 전남대에서 ‘지역패권주의와 민주주의’ 학술대회
장은주 영산대 교수 “호남정치, 새로운 연합정치 모델 찾도록 압박해야”
박구용 전남대 교수, “광주 총선 이후 일상으로 복귀…광주에 사색 요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과 대통령 결선투표제 개헌 요구

19일 전남대에서 열린 ‘사회와 철학연구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학자들이 ‘지역패권주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회와 철학연구회 제공
19일 전남대에서 열린 ‘사회와 철학연구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학자들이 ‘지역패권주의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회와 철학연구회 제공
“한국적 정치구도에서 (야당의) 분열은 여전히 ‘악’이다.”

19일 오후 전남대에서 ‘사회와 철학연구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장은주 영산대 교수(자유전공학부)는 4·13 총선 결과에 대해 “비록 나는 걱정하고 비판했지만, 결과적으로 ‘호남의 세속화’ 실험은 대성공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호남, 새로운 연합정치의 중심축’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야권분열=필패’라는 공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반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호남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하는 것을 보면서 ‘새누리당 심판’에 대한 열망이 실현되지 못할까 걱정했던 수도권 유권자들의 ‘과잉 반응(over-reaction)’이 놀라운 선거 결과를 만들어 냈다. (야당)분열의 승리가 아니라 시민의 승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권의 분열은 불가피했고, 지금의 호남발 분열은 우리 민주주의가 언젠가 반드시 한 번은 겪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역사적 통과의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호남 세속화’를 실제로 추동했던 ‘영남 패권주의론’이나 ‘호남 홀대론’이 많은 면에서 진실이 아니라고 여기기는 하지만, 호남민들이라고 이런 세속적 이익을 위한 정치적 욕망을 갖지 말아야 할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욱 서남대 교수는 <아주 낯선 상식>이라는 책에서 “광주가 욕망만으로 살기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욕망 없이 살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민주화의 성지’로 인식돼 오던 호남민들이 더는 허울만 좋은 호남 ‘신성화’(‘신성 광주’)를 거부하고 분명하게 욕망을 발산하는 ‘세속화’(‘세속 광주’)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데서 이 모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쓴 바 있다. 김욱 교수는 ‘친노’ 그룹도 개혁·진보 그룹 안 또 다른 ‘영남패권주의’ 세력으로 보는 것이 특징적이다. )

하지만 장 교수는 “(총선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제 광주나 호남에 대한 어떤 정치적 부채의식을 청산하겠다’고 토로했을 때, 그것은 그들이 단순히 맹목적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총선 결과엔) ‘민주주의 보루’로서의 광주와 호남이 결국 지역적 이익만을 좇았다는 데 대한 깊은 실망감이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장 교수는 호남정치가 ‘세속 광주’의 이탈에 머물러선 안 되고, ‘5월 광주’를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13 총선에서 ‘세속 광주’의 전면적인 등장을 목도했지만, ‘5월 광주’는 죽지 않았고 죽을 수도 없으며 죽어서도 안 된다. 어쩌면 호남정치는 ‘세속 광주’의 이탈과 더불어 지금에야 비로소 참된 실현의 계기를 얻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이번 총선 승리보다 향후 대선에서 야권의 분열이 낳을 ‘치명적 파국’을 우려했다. 그는 “야권의 분열 때문에 차기 대선이 ‘제2의 87년 대선’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며 ‘승리의 저주’를 우려한 뒤, “두 야당이 호남정치의 정체성을 확산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3자 대결은 반드시 (대선에서) 패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 위에서 두 당이 새로운 연합정치의 모델을 찾아낼 수 있도록 압박”하자는 것이다.

그는 “무턱대고 두 당이 통합하라거나 후보를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현행 단순다수결 소선거구제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야권 분열이 호남발인만큼 새로운 연합정치의 당위를 실현하는 일도 호남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단순한 세속적 욕망보다는 호남의 참된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확인하고 (정치적) 선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시민자유대학 이사장)는 ‘광주의 선택 : 수치심과 자부심의 경계에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총선에서) 호남에선 큰 몽둥이를 들었다. (국민의당이) ‘새판짜기’를 바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광주의 전술은 이제까지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광주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지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총선 결과를 두고) ‘세속 광주’를 외쳤던 사람들은 이 집단적 선택을 ‘거세당한 욕망의 봉기’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김욱 교수의 주장에 대해 “광주의 과잉 신성화에 맞서다 스스로 과잉 세속화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광주가 욕망 없이 살기를 강요당하면서 실제로 이 길을 걸어온 것으로 가정하지만, 그런 가정이야말로 관념과 이데올로기의 과잉에서 비롯된 허구이며, 그 자체로 과거의 호남을 신화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광주의 자부심이 줄어들게 된 연원이 ‘과잉’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5·18민중항쟁 이후 광주는 대한민국의 도덕적 양심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지금 광주가 느끼는 피로는 그동안 지켜왔던 양심 때문이 아니라 이를 신성화시키며 과잉 해석하는 이론가와 정치인들의 연속되는 배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신성과 세속을 어느 한쪽으로 환원하는 ‘과잉정치’를 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만이 대한민국의 양심을 지켜왔다거나 혹은 앞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김욱 교수 말처럼 이데올로기적 착취다. 마찬가지로 광주가 그동안 철저하게 거세당한 것처럼 이제야말로 욕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그의 말도 역시 과잉 세속의 이데올로기적 흥분”이라는 것이다.

4·13총선 이후 광주는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다. 박 교수는 “광주는 세계 시민이 부끄러움으로 머리를 숙이는 도시에서 멀어지고 있다. 광주의 수치심은 이제 더는 세계 시민이 광장에서 만들어가는 자부심의 원천이 아니다. 광주는 일상으로 복귀하는 선택을 했고, 또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역정당으로 어떻게 영남패권주의(영패)와 중앙패권주의(중패)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할 때가 됐다. 소수·약자는 다수·강자를 ‘미러링’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없다. 영패를 고립시키기 위해 소수·약자는 무엇보다 보편성의 깃발로 중앙의 헤게모니를 장악해야 한다. 그래야 영패보다 더 악마적인 중패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개헌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승자독식과 중앙독점 체계를 용인하고 있는 헌법 체계에서 영패와 중패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소수의 선택이 존중될 수 있는 권력체계를 세울 수 있도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강화하고,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전폭적으로 낮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현재의 왜곡된 지방자치를 지역자치로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며 “이 나라 미래의 양심인 광주가 수치심과 자부심의 경계에서 선택할 길은 다른 지역이 부러워할 지역자치를 앞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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