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목사’로 불리는 장헌권(60·사진·서정교회 목사) 시인이 세월호 참사를 잔잔한 어조로 형상화한 시집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서영)를 최근 펴냈다.
장 목사는 진도 팽목항과 세월호 재판정 등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을 촉구하면서 느꼈던 “슬픔과 고통, 그리움”을 시로 썼다. 1장엔 ‘아직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세월호 참사로 변을 당한 꽃들과 같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헌화와 같은 시 33편”을 싣고 있다.
장 목사는 “아도르노가 말한 것처럼 ‘아우슈비츠 이후에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세월호 이후 ‘뭔가 해야 된다’며 눈물로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의 서정시는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이기도 하다. 2014년 6월부터 광주에서 열렸던 세월호 선원 재판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장 목사는 유가족들과 마음을 터놓고 지낼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는 참사로 세상을 뜬 단원고 학생 한 명 한명씩(90명)의 아픔을 절절하게 형상화한 <차마 부를 수 없는 꽃>을 지난해 펴낸 바 있다. 장 목사는 “엄청난 참사를 겪었으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유가족이 ‘생사결단’ 단식을 하는 현실에 마음이 시리다”고 말했다.
시집 2장 ‘통일을 위한 기도’에선 ‘하늘벼랑’, ‘삭발 후’ 등의 시 28편이 소개돼 있다. 장 목사는 “성경에 밑줄을 긋는 목사가 아니라 생활에 밑줄 긋는 마음으로 쓴 시들”이라고 말했다. 3장엔 ‘어느 시인의 기도’, ‘손빨래’ 등 그동안 그가 썼던 서정시 35편이 실려 있다.
나희덕 시인(조선대 문창과 교수)은 장 목사의 시집에 대해 “인권이 유린되고 정의가 탄압받는 곳이면 어디나 우직한 맏형처럼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또 아프고 상처 입은 사람들 곁을 떠나지 못하신다. 그렇게 걷고 또 걷는 그의 의로운 발자국마다 시의 눈물꽃이 피었다”고 평하고 있다.
광주기독교연합(엔시시) 대표인 장 목사는 2008년 월간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에 당선해 등단했다. <시가 영화를 만나다>(2011)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영화에 대한 식견도 넓고 깊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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