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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야기 담담] 메갈리아는 거울이다

등록 2016-08-31 14:53수정 2016-08-31 21:27

김현
전남대 철학과 강사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 덕분에 유명세를 누리게 된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을 정독한 이가 얼마나 될까? 노르웨이의 여성 활동가 브란튼브루크가 1970년대에 펴낸 이 작품은 국내외 여성주의 진영에서 꽤 오래 전부터 여성학의 교과서로 자리 잡아 왔다. 성 역할의 완벽한 전도를 통해 남성지배 사회의 부조리한 면면을 통쾌하게 풍자하고 있는 이 소설은 가부장 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거울이다.

평등주의와 유토피아를 합성한 이갈리아가 소설의 무대이기는 하지만, 작가가 그리는 나라는 남녀평등과 거리가 멀다. 지배와 통제는 여성의 몫이고, 복종과 순종은 남성의 미덕이다. 가사노동과 양육은 남성의 천직인데 반해, 가정과 국가를 운영하는 고상한 일은 마땅히 여성의 몫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이 성적 조롱과 비하의 대상이듯, 힘센 근육질의 남성은 여성들의 일상적 놀림거리다. 남성들은 성희롱과 성추행에 빈번하게 노출되는가 하면,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해 한다. 여성은 이갈리아 땅 곳곳에서 남성을 멸시하고 조롱하는 특권을 누리는 반면, 남성들은 존재 자체가 곧 예속의 표지다. 저항은 없을까? 소설의 결말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소설은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했던 차별의 관행과 멸시의 언어를 남성 자신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줌으로써 ‘미러링’도 때로는 가부장 사회에 맞서기 위한 저항전략일 수 있음을 입증해 낸다.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의 초점은 그들이 구사하는 미러링 전략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메갈리아를 ‘한국판 여성 일베’로 단정 짓는가 하면, 큰 취지에서는 공감하되 그들이 구사하는 격하고 품위 떨어지는 언어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선언도 보인다. 미러링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근절에 현명한 전략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여성혐오를 남성혐오로 되돌려주는 메갈리아의 전략이 이제는 도를 넘어 남성혐오를 부추길 뿐 아니라, 연쇄적인 혐오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메갈리아 관련 기사를 다룬 한 시사 주간지가 독자들의 잇따른 절독 선언에 곤욕을 치렀다고 하니, 메갈리아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메갈리아를 페미니즘의 전위부대로 추켜세울 생각이 없다. 그들은 식민지 조선의 여성 혁명가들이 부르짖었던 성해방을 목표로 내세운 적이 없다. 임신과 출산으로부터의 자유나 가족제도의 해체를 주장하는 것도 아니며, 여성다움을 강제하는 각종 여성용품 등을 불태워버리자고 선동하지도 않는다.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의제로 올린 적도 없으며, 여성고용의 불평등을 고발하기 위해 여성 시위를 조직한 적도 없다. 70~80년 전에 버지니아 울프가 주장했던 주부 임금제를 요구하거나,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전국 여성 총파업으로 대체하자고 제안하지도 않는다. 메갈리아는 그저 일부 한국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퍼붓는 추잡한 말들과 품위 없는 태도를 열심히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질문해야 한다. 타자가 비춰주는 자신의 못난 얼굴을 있는 그대로 직시할 용기가 부족해서 메갈리아를 집단적 공분의 표적으로 삼는 것은 아닌지. 안일한 남성권력이 메갈리아의 노골적인 몸짓 앞에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려면 그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대접받고 말해지는가를 보라는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메갈리아의 발언이 품위 없어 보인다면, 한국사회가 여성을 품위 없게 말하기 때문이다. 메갈리아의 폭력적 성향은 여성을 대하는 한국사회의 폭력적 태도를 미러링한 것이다. 메갈리아의 언어 구사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천박해서 공감할 수 없다면, 혹 여성들의 투쟁과 저항마저도 ‘여성답기’를 바라는 속내 때문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이상, ‘거울’)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더럽게 보인다면, 깨끗하게 씻어라. 거울이 나를 추하게 비춘다고 거울을 탓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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