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다음달 5일 상수도시설에 민간투자 받고 운영권 주는 제안 심의
시민단체, ‘민영화 수순, 상수도시설 개선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반대
시민단체, ‘민영화 수순, 상수도시설 개선은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반대
대전시가 1년째 수돗물 민영화를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반대운동에 나섰다.
대전경실련과 대전시청노동조합 상수도지회는 31일 “대전시가 최근 상수원인 대청호의 녹조 발생 등을 빌미로 맑은 물을 공급한다며 상수도 시설에 민간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수돗물 민영화를 재촉하는 정수장 고도처리시설의 민간자본건설·운영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대전시가 정수장의 고도정수처리시설과 도수관로 건설에 민간자본을 투자받는 사업안을 5일 열리는 대전시 민자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올렸다. 이 사업을 제안한 컨소시엄은 1800억원을 들여 시설을 해주는 조건으로 25년 동안 운영권을 요구했다. 사실상 수돗물을 민영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케이아이에이엠시오(KIAMCO)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대전시에 고도정수 현대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했다. 이 컨소시엄은 송촌정수장 2단계, 월평정수장 1, 2단계 등 3곳의 정수처리시설 사업비로 907억원, 중리취수장~삼정취수장(8.3㎞) 도수관로 연결사업에 450억원 등 2018년부터 2028년까지 1357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사업성 분석을 거쳐 총사업비를 1292억원으로 낮추고 송촌정수장과 월평정수장의 연간 운영비로 45억원을 제시한 뒤 25년 동안의 정수장 운영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지난 6월 피아이엠에이시(PIMAC, 공공부문의 민간투자에 대한 적격성 검토 보고서)를 거쳤다.
김형태 변호사는 “수돗물은 공공재이므로 시설도 재정사업으로 하는 것이 맞다. 당장의 실적을 위해 민간투자를 받고 수십년 동안 운영권을 주는 것은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전시상수도사업본부는 대청호 수원에 녹조 등이 발생해 수돗물 고유의 냄새와 맛을 없애는 고도정수처리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재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비티오(BTO, 민간업체가 건설하고 소유권은 정부·지자체가 갖지만 일정 기간의 운영권을 민간업체가 맡아 수익을 얻는 투자 사업) 방식의 민간투자가 대안이라는 태도다.
황선호 시 상수도사업본부 기술부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재정사업이지만 대전시가 재력이 없어 차선책으로 민간투자를 통해 맑은 물을 시민에게 공급하려는 것이다. 계약 단계에서 수익률을 1.6%로 정할 계획이므로 일부의 우려처럼 수도요금이 2~3배 뛰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대전지역 시민단체들은 오는 2일 민자투자사업심의위원회 연기와 수돗물 민영화 반대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은 “미국 등 외국에서 비슷한 수순을 거쳐 수돗물을 민영화했다가 상수도요금이 크게 인상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정수장을 사들여 다시 공영화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올 수돗물 민영화를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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