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학교급식 조달시스템 분석
시중가 3천원 시래기 5만2천원짜리로
영양사가 콕 집어 특정제품 주문
납품업체 비싸고 질 낮아도 공급
영양사, 식자재업체와 짬짜미 의혹
시중가 3천원 시래기 5만2천원짜리로
영양사가 콕 집어 특정제품 주문
납품업체 비싸고 질 낮아도 공급
영양사, 식자재업체와 짬짜미 의혹
지난 7월 대전 지역 한 초등학교는 점심 급식 감자탕 한끼 재료로 1㎏에 5만2천원인 특정 업체의 시래기를 약 80만원어치 주문했다. 같은 시기 다른 업체의 시래기 가격을 찾아보니 1㎏에 3000원이었다. 학교가 꼭 집은 업체의 시래기가 17배나 비쌌다. 지난 7월 대전 지역의 또 다른 학교는 개당 1100원대인 가공 유제품을 납품업체에 주문했다. 납품업자가 다른 지역의 대리점에서 같은 제품을 개당 700원대에 싸게 구입해 납품했다. 그러나 학교 쪽은 이를 받지 않고 대전지역 대리점의 특정한 포장 방식까지 지정해 가공 유제품을 다시 주문했다.
1일 <한겨레>가 대전 지역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을 확인해보니, 대전지역 302개 학교의 5~8월 급식재료 주문서 가운데 250개 이상에서 생산업체와 제품을 특정하고 있었다. 학교급식 조달시스템은 학교·납품업체·교육청 등 급식업체와 교육기관이 납품 정보를 공유하는 전산망이다. 학교 영양(교)사들이 이 시스템에 납품 주문서를 올리고, 납품업체들은 주문서를 보고 급식재료를 학교에 공급한다.
대전 지역 한 급식재료 납품업자는 “학교 영양(교)사가 생산업체와 제품을 적은 급식재료 납품주문서(현품설명서)를 보내면 값이 비싸고, 질이 떨어져도 그 제품을 납품할 수밖에 없다. 주문한 업체의 것이 아니면 학교에서 받질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대전 유성의 한 초등학교의 7~8월 냉동수산물류 주문 내용을 보면, 29개 급식재료 목록 가운데 28개 재료에 ‘국내산, 냉동, 싱싱한 것, 한국식품안전관리(Haccp) 인증’ 등 기본적인 조건뿐 아니라 제조회사와 상품명을 구체적으로 적은 설명이 첨부돼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다른 납품업자는 “대전지역의 대부분 초·중·고교가 이런 식으로 급식재료를 주문한다. 기존에 거래하던 곳보다 싼 곳에서 사서 납품하면 반품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계는 업체·제품을 특정한 납품이 성행하는 원인으로 간접납품 업체의 영업활동을 손꼽았다. 간접납품 업체들이 제조사에서 물건을 받아 학교와 계약을 맺은 납품업체에 공급하는데, 이들이 홍보 영양사를 고용해 직접 각 학교의 영양(교)사를 상대로 특정 회사 제품을 주문해달라고 부탁한다.
이런 납품 관행의 폐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지난 6월 우동과 꼬치 1개 등이 전부인 급식 사진이 공개되면서 부실·불량 급식 논란이 벌어졌던 대전 봉산초등학교도 식자재 납품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대전교육청과 시민단체·학부모가 공동 참여했던 봉산초 학교급식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 위원장을 맡았던 이건희 참교육학부모회 대전지부장은 “봉산초 역시 심각할 정도로 세세하게 특정 제품을 지정해서 재료를 주문하고 있었다. 이렇게 제품을 특정하면 급식 재료 가격에 거품이 낄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조사위에서 다른 식자재 납품업체 2곳에 알아보니, 납품가격을 2750~2950원으로 제시한 케첩을 봉산초와 계약한 납품업체는 5200원에 납품했다.
이에 대해 영양(교)사들은 “식품 안전성과 직결된 식재료 선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다소 비싸도 큰 회사의 제품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23일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급식재료 주문 시 영양(교)사 재량으로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등 업체와 유착 정황이 있다”고 밝히고 이와 관련해 수사를 의뢰했다. 대전/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대전 한 초등학교의 7, 8월 급식재료 납품주문서(현품설명서). 대부분 품목에서 업체와 제품을 특정했다. 출처: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
17배나 비싼 시래기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지난 9월2일자 1면에 <학교 불량급식 뒤엔 ‘17배나 비싼 시래기’>라는 제목으로 지난 7월 대전 지역 한 초등학교는 점심 급식 감자탕 재료로 1㎏에 5만2천원인 특정 업체의 시래기를 주문했으며, 이는 같은 시기 다른 업체의 시래기 가격 1㎏에 3천원보다 17배나 비싸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1㎏에 5만2천원하는 시래기는 ‘간편건시래기’로 1㎏에 3천원하는 데친시래기와 대비해 10배나 많은 물량에 특허를 받은 신제품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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