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학교 영양-업체 짬짜미
특정 급식업체·제품을 꼭 집어 주문하는 일선학교 영양(교)사와 학교 급식재료 납품업체간의 짬짜미가 부실 급식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eaT)에 저장된 지난 5~8월 대전지역 학교 납품주문서를 보면, 대부분 학교가 식품업체와 제품 이름을 기재했다. 널리 알려진 식품회사들의 가공제품을 중심으로 주문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과 채소 역시 씻어 자르는 등 1차 가공한 포장제품을 원했다.
급식재료 납품업계 쪽은 “가공제품은 값이 비싸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데도 학교에서 이를 선호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신선하고 풍성한 급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친환경 로컬푸드를 구입하면 재료비를 낮추고 신선도를 높일 수 있는데 개선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밝혔다.
악순환의 원인으로 학교 영양(교)사와 업체의 짬짜미 의혹이 꼽힌다. 현재 영양(교)사가 식단 작성·변경, 식재료 주문서 작성, 정산 등의 업무를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대기업군 식품회사와 규모가 큰 간접 납품업체들이 홍보 영양사를 채용해 학교 영양(교)사를 대상으로 급식 납품 영업을 한다. 영양(교)사가 홍보영양사가 미는 제품을 지정해 주문하면, 납품 업체가 이 간접납품 업체의 것을 사서 학교에 다시 공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간접납품 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홍보·영업 경쟁이 이뤄진다. 지난 23일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 급식 가공품 시장의 60%을 차지하는 4개 대형업체들이 최근 2년 6개월 동안 전국 3천여개 학교의 영양(교)사에게 16억원 어치 상품권·영화관람권 등을 제공하는 유착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불량·급식 파문이 인 대전 봉산초 학교급식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특정식품업체의 특정상품을 지정해 납품받으면 급식재료 구입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납품업체가 영양(교)사와 특정 대학 학과 동문인 이들을 홍보 영양사로 채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영업력이 뛰어난 홍보 영양사는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뒷얘기도 나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영양(교)사는 “의혹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큰 회사의 제품일수록 신뢰도와 안전성이 높다고 생각하는게 사실이다. 조리종사원들도 손이 많이 가는 재료를 좋아하지 않아 과일과 채소 모두 1차 가공된 걸 주문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전시교육청은 급식 환경을 개선하고 급식비 인상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급식재료 구입을 둘러싼 유착 의혹은 모른다는 태도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저 수준인 1끼당 1865원인 급식비를 2275원으로 410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위원장은 “급식비 인상도 중요하지만 학교 급식재료 납품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식재료마다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발주하고 납품받는 체계를 갖추면 특정업체의 특정제품을 찍어서 주문하는 폐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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