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표현할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작하고 있는 박기복 감독.
그에게 ‘광주’는 항상 ‘빚’으로 남아 있다. 1980년 5월 “한 여고생이 차를 타고 다니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가두방송을 하는 장면”은 그에게 강렬한 ‘빛’으로 떠오르곤 한다. 고교 3학년이었던 그 역시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았고 ‘주먹밥’을 만들어 건넸다. 학교 문예반에서 활동하던 박기복(54) 감독은 5월 이후 이른바 ‘민중시’를 쓰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도 늦었다. 그는 21살 때 영화 시나리오 소재 공모에 <환생하는 새>라는 작품이 당선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1989년 3월 서울예대에 입학해 희곡과 영화를 공부했다. 1990년 시로 ‘오월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한·일 공동 디지털콘텐츠 작품 <피그말리온의 사랑>, 영화 <강아지 죽는다>(공동)의 시나리오를 썼다. 하지만 허전했다. 박 감독은 “80년 5월 영화라는 ‘숙제’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첫 5월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것은 1995년이다. 영화진흥공사 공모에서 <화순에는 운주가 산다>라는 시나리오가 당선됐다. 이 작품을 각색해 진화시킨 것이 2013년 광주문화산업진흥원의 5·18 스토리텔링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된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작품은 5월 광주의 상처를 안고 사는 엄마와 딸의 화해를 그린 영화로 내년 5월 중 개봉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지난달 24일 전남 장흥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무당벌레 필름이 제작에 나섰다. 그가 5·18 영화 시나리오 초고를 쓴 지 21년 만이다.
하지만 제작비 마련은 쉽지 않다. 홍보·마케팅비를 포함해 총제작비가 30억원에 달한다. 박 감독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거대한 스토리가 담긴 영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만, ‘쓴소리’가 담긴 영화에 귀 기울이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포털사이트인 다음에서 ‘스토리펀딩’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토리펀딩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만들게 된 사연과 의미를 적은 글을 포털에 올린 뒤, 이 글을 읽은 시민들한테서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세차례에 걸쳐 5억~7억원 정도의 후원을 받을 생각이다. 박 감독은 “후원금은 촬영장비 대여 등 제작비, 스태프와 영화사 직원들의 급여로 사용된다. 물방울이 모여 강물이 되듯이 시민의 힘으로 오월 영화를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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