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무등산은 아니더라도 조금 높은 산에라도 올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보거나, 혹은 운전하거나 길을 걸으며 보면, 시야에 걸리는 것은 군데군데 삐죽삐죽 솟은 아파트다. 계획되어 조성된 지구가 아니라 도심 어느 빈 땅에 지어지거나 특히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건설된 아파트들은 어색함을 넘어 불편할 정도다. 도시의 모습이, 스카이라인이 엉망진창이다. 아파트가 주된 주거형식이 된 지 오래다. 한정된 땅과 그 도시에 거주하고자 하는 인구 때문에 발생한 아파트는,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대안임이 분명하다. 광주에 40층이 넘는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 집을 높게 지었을 때 얻게 되는 장점은 당연히 전망일 것이고, 혹은 그곳에 산다고 자부심을 갖는 경우도 있을 게다. 반면, 주택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이 환기라는 점에서 고층에 사는 것은 큰 단점이다. 30층이 넘어가면 창문을 못 열어놓는다. 관리비도 올라가고 기계에 의존한 공기의 질은 뻔하다. 아파트 단지 바깥으로는 복잡한 교통 체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도시로 보자면, 어디서라도 눈에 띄니 멋지게 지어야 하지만 아파트라는 특성상 입면과 형태는 거기서 거기다. 부산 해운대의 예처럼 유리창을 활용해 아파트 같지 않은 모양으로 지을 수 있을 것이나, 공사비와 분양가를 생각하면 광주는 그럴 여력도 없다. 다른 이유 모두를 넘어 광주에 그렇게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은 한정된 땅에 한 채라도 더 넣어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욕심 때문이고, 건설 경기가 지역의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지역 경제의 구조 탓이다. 꾸준히 굴려야만 하는 자본의 속성상 다른 데 투자할 데가 없으니, 그래도 안정적으로 보이는 주택시장에 지역의 자본이 몰린다. 계속해서 새로운 원룸들이 들어서기에 “임대가 잘 되겠느냐?”고 물으니 “새 집은 나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적정한 수준의 공급이 아니라 나만 돈 벌면 되는 투기판이 되어 가는 것이다. 압권은 재개발 아파트다. 구도심의 단독주택주거지나 5층 이하 아파트들이 있던 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사업은, 원거주자에게 기존의 낡은 집을 큰돈 들이지 않고 새 집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사업자는 수익 달성을 위해 고층으로 계획한다. 얼마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지루한 싸움을 하는 동안, 주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도시의 미관을 해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려는 없다. 이 아파트들을 허가할 것인지 의견을 낼 위원회의 심의장에 들어온 주민들의 맹렬함은 상상 이상이다. 물론 집은 계속 지어져야 한다. 노후화한 집을 대체할 일정 수준의 새 집은 계속 늘어나야 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져 더 좋은 집을 찾는 수요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작은 평형 주택에 대한 수요도 상당하다. 문제는 주택 공급이 적정한 수요 예측이나 주거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그 결과물로 지어질 집들이 광주라는 도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의 고려를 통해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공급 과정에 이런 배려는 없다. 계속해서 들먹이는 지역 경제 소리도 지겨울 정도다. 지금 살자고, 미래를 갉아먹을 상황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지역자치단체의 허가사항이다. 개인의 재산권을 넘어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외곽에 2층 정도 집 짓고 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이나, 도심의 40층 아파트는 도시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도시 전체의 경관이나 스카이라인은 지역자치단체의 마스터플랜 아래 이뤄져야 한다. 도시 전체의 맥락을 보면서 교통 문제를 살피고 경관 문제도 고려하면서 하자는 것이다. 문화도시 한다며 관광객이 오기를 바라지만, 이런 도시 모양새로는 어림없다. 한 가지 더, 현재 지어진 40층 넘는 아파트가 50년 정도 후 낡았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단언컨대 재앙이다. 피해는 오롯이 다음 세대에게 간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