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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수돗물에 뭔 짓을?”…‘대전 상수도 민영화’ 논란

등록 2016-09-16 10:57수정 2016-09-16 11:28

고도정수시설 민간투자제안 놓고 시민단체는 민영화, 시는 민간 위탁 주장
시민단체 “이율 보장·운영비 지원하는 건 민영화 단계, 수돗물값 급등” 백지화 촉구
시 상수도사업본부, “시 재정 상황 어려워 민간투자 받아 좋은 물 공급하자는 것” 해명
권선택 대전시장 “시민 이기는 시장 없다. 시민단체 요구하면 공론화할 것” 진화 나서
대전이 상수도 민영화 논란으로 시끄럽다. 민영화 논란은 수돗물의 맛과 냄새를 없애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해주는 대신 25년 동안 운영권을 달라는 민간컨소시엄의 투자 제안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 대전 상수도 고도시설투자 제안은? 투자제안서를 낸 회사는 가칭 ㈜대전푸른물이다. 포스코건설·계룡건설산업 등이 참여한 케이아이에이엠시오(KIAMCO) 컨소시엄이 이 회사 설립자다. 이 회사의 ‘대전시 고도정수 현대화시설 민간투자사업’을 보면, 904억원을 투자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송촌정수장 2단계(1일 10만t 규모), 월평정수장 1, 2단계(각각 20만t)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한다. 또 388억원을 투자해 삼정~중리취수장(8.3㎞) 도수관로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두 가지 공사를 하는데 드는 투자사업비는 모두 1292억원이다. 시의 애초 시설계획은 정수장 고도정수시설 907억원, 도수관로 공사 450억원 등 1357억원이었다. 공사만 위탁한다면 65억원을 줄일 수 있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낸 제안서를 검토해 민간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이에 따른 시민 불이익은 분석하지 않았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낸 제안서를 검토해 민간투자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으나 이에 따른 시민 불이익은 분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간투자를 받으면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하므로 자치단체가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 함정이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는 연간 수십억 원을 민간투자회사에 지원해야 하고 시민은 오른 상수도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우려한다.

실제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민간투자 사업성 검토에서 ‘재정금(국비+시비)이 적으면 민간투자비가 늘어나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사업자에게 지급할 사용료도 증가해 PIMAC(공공부문의 민간투자에 대한 적격성 검토보고서) 통과가 어렵다’고 밝혔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재정금 지원율을 50%로 가정할 경우 민간투자 총사업비 1292억원은 재정 646억원, 민간 646억원으로 50%대 50%의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이 때 수도요금(사용료)은 t당 48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하는데 t당 운영비(일상경비) 7원이 필요하므로 수도요금 인상요인은 t당 55원이라고 분석했다.

민간투자가 이뤄진 뒤 부과되는 수도요금은 t당 55원에 민간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 5.5%, 차입이자 선순위 6%, 연간 물가상승률 3%가 더해져야 한다. 만약 국비 지원 등 재정금 지원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시민 부담은 더 커진다.

■ 상수도 민영화 반대운동 지난 1일 <한겨레>가 ‘대전 수돗물 민영화 추진’첫 보도를 하자 대전지역 71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과 19개 기관 공무원노조가 참여한 대전공무원노동조합연합(공무원노조연합) 등이 연대해 ‘민영화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 시내 전역에 ‘상수도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는 펼침막이 나붙었고, 대전시의회 의원들은 ‘백지화 결의안’에 서명하고 있다. 반대 움직임이 순식간에 커진 것은 상수도 보급률이 98%를 넘어선 광역시 단위에서 민간투자를 통한 민영화 시도는 대전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공무원노조는 원수 공급가가 t당 7원에 불과하고 물이 좋은 대청호가 수원인 대전 상수도가 민간자본에 열리면 대도시에서 상수도 민영화가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동안 상수도 민영화는 상수도 보급률이 낮아서 사업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충남 논산 등 기초자치단체가 도입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은 지난 2일 상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가 검토하고 있는 수도시설 현대화를 위한 민간투자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은 지난 2일 상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가 검토하고 있는 수도시설 현대화를 위한 민간투자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은 “대전 상수도민영화 내용은 제안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제안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취수와 정수시설을 건설하는 대신 25년간 이를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민영화가 시설 위탁운영, 일부 시설 건설과 운영, 완전 민영화의 단계를 거친다는 점에서 민영화의 중간단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상수도 민영화 사업이 추진되면 시민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물론 대전천변 고속화도로 사례와 같이 한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민간기업에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하고 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이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상수도를 민영화한 동유럽 국가들은 300%, 영국과 미국은 59~100%의 요금 인상이 뒤따랐으며, 이런 폐해 때문에 네덜란드는 상수도 사업 민영화 금지법을 제정했고 미국도 시설을 환수해 공영화율이 88%에 달한다고 민영화의 문제들을 설명했다. 이어 대전시에 △상수도 민영화 즉각 중단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 개최 중단 △상수도 시설현대화사업의 적격성 검토보고서 공개 △대전시 상수도 요금 정보 공개 △시민여론 수렴을 촉구했다.

이규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의장은 “상수도는 인간의 생명이며 인권으로 누구나 걱정 없이 값싸고 안전하며 깨끗한 물을 필요한 만큼 먹고 사용하게 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의무이다. 대전시가 재정부담을 회피하고 기업에 이윤을 보장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시청 시설관리를 하는 위탁업체 직원들이 지난 8일 시민단체가 시청 주변에 설치한 ‘상수도민영화 반대’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대전시청 시설관리를 하는 위탁업체 직원들이 지난 8일 시민단체가 시청 주변에 설치한 ‘상수도민영화 반대’ 펼침막을 철거하고 있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부분적인 민간투자일 뿐 민영화는 아니다. 꼭 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시민들을 설득해서 추진하겠다”는 태도다. 황선호 상수도사업본부 기술부장은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재정사업이지만 대전시가 재력이 없어 차선책으로 민간투자를 받아 시민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려는 것이다. 수익률을 1.6%로 계약하면 수도요금이 2~3배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부장은 “현재 t당 600원대에 공급하고 있다. 상수도 현대화에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려면 t당 60원, 가구당 월 1천원의 요금을 더 받아야 하는데 시민 반발과 물가인상 요인이 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민간투자가 이뤄지면 효율적으로 정수장을 운영해 시민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시민의 노력, 공론화 결실 상수도사업본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영화를 우려하는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2일 열린 ‘대전시 상수도 고도처리 민자유치 계획에 관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수도는 공공이 관리해야 하고, 고도정수시설이 필요하다면 시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대전공무원노동조합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표자들이 1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의 상수도민영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전공무원노동조합연합,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표자들이 1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의 상수도민영화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도정수처리시설 사업의 책임과 의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있으므로 이를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김동섭 대전시의원은 “상수도 사업은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다. 시의회에서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대전시의원 22명 가운데 14명이 민영화 반대 결의안에 서명했다.

백명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주제발표에서 “고도정수처리시설이 대전에 필요한지 먼저 논의해야 하고, 처리시설을 건설하기 전에 수원의 환경오염을 줄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수도와 관련한 사안은 시민과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위원장은 “민간투자제안은 고도사업과 관로 사업을 일원화하고 있는데 고도사업은 국비가 지원되므로 재정사업과 민간투자 가운데 어떤 방법이 시민에게 유리한지 따져봐야 한다. 시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이자와 기대수익 등도 보장해준다면 시민은 사채이자 수준의 수돗물 요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대전시는 지난 5일 제1차 민간투자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이 위원회는 상수도 현대화사업 민간투자제안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할 지와 최초 사업제안자에 대한 우대점수 부여안 등에 대한 논의를 유보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왼쪽에서 5번째)이 지난달 29일 대전 송촌정수장 1단계 고도정수처리시설 준공식에 참석해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대전시 제공
권선택 대전시장(왼쪽에서 5번째)이 지난달 29일 대전 송촌정수장 1단계 고도정수처리시설 준공식에 참석해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상수도 민영화는 이르면 이달말 백지화 될 가능성도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시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12일 “상수도사업본부가 추진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 민간투자는 민영화가 아니라 민간에 위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질 좋고 값 싼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유리한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 시장은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 시민단체가 토론회 등을 제안하면 받아들여 민간투자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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