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근현대사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 대전’ 전시회에서 21일 최아연(맨 오른쪽)씨가 괌람객에게 ‘납작한 도청’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 원도심을 구성하는 것들을 주제로 한 디자인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30일까지 대전근현대사전시관 1, 2, 3 전시실(옛 충남도청 본관 1층)과 은행동 스카이로드에서 열리는 ‘오?! 대전’이 그것이다.
대전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영상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학생 39명은 대전 원도심의 건물, 거리, 다리, 식당, 쓰레기, 심지어 골목 냄새까지 표현했다.
‘냄새 샘플링’(박수인·김예술 작)은 냄새를 15종류의 색깔구슬로 지정한 뒤 골목길의 냄새를 분류하고 그 성분에 따라 색깔구슬을 유리 샬레에 담아 골목길의 냄새를 보여준다. 이들은 청량한 냄새는 연한 파란색, 고릿한 냄새는 짙은 갈색, 싸한 냄새는 흰색, 지린내는 녹색, 무 냄새는 투명한 구슬로 나타냈다. 선화동 벽화골목 주택가 샬레는 투명한 구슬이 많고, 흰색 구슬과 연한 파란색 구슬이 담겼다.
‘종이접기’(김인희 작)는 잘라서 접어 붙이면 원도심의 근대 건축물 모형이 된다. 대흥동 성당, 산업은행, 대전여중 등 오랫동안 랜드마크 구실을 했던 건물을 대상으로 삼았다. 김씨는 “역사와 평면도 등 자료를 모아 건물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원도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영(23)씨는 원도심의 오토바이 거리, 한복 거리, 골동품 거리 등의 특징을 디자인한 그림책을 출품했다.
최아연(23)·윤상은(23)씨는 공동작품 ‘납작한 도청’을 선보였다. 옛 도청 건물을 샅샅이 살펴 천정 테두리 문양, 창문 고리, 쌓아 올린 벽돌, 계단 손잡이, 복도 실루엣 등을 단순화해 녹색 바탕에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관람객 신은숙(47·천안시 쌍용동)씨는 “원도심은 쇠락해 방치되고 남루하며 향수가 있는 느낌이 있는데 이 전시회에서 만난 원도심은 사람 냄새가 배어나면서도 새로운 변신을 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했다.
유정미 전시총감독은 “원도심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작업 소재였다. 학생들은 원도심의 모든 것을 자신들 만의 기준으로 시각화했다. 많은 시민이 학생들이 디자인한 원도심의 매력을 공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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