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의 날을 기념하는 ‘민주의 종’ 타종식이 1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경찰청 차고지에서 열렸다. 박광태 광주시장과 김양균 민주의 종 건립추진위원장,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 총대리주교 등 각계 인사 8명이 33차례에 걸쳐 타종하고 있다. 민주의 종은 높이 4.2m, 무게 8천150관(30.5t)으로 8.15와 5.18을 상징하며, 국내 최대 규모이다. 광주/연합뉴스
현장의눈
광주시민의 날인 1일 오전 10시20분 광주시 동구 금남로 1가 5·18민주광장. 5년 동안 24억원을 모아 조성한 민주의 종을 처음으로 치는 행렬에 광주의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 8명이 나섰다. 타종대를 붙잡은 인사들은 자못 엄숙한 표정으로 전국에서 가장 크다는 높이 4.2m, 지름 2., 무게 30.5t짜리 종을 33차례 울렸다.
평일이라선지 타종식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시청에서 나온 공무원이나 얼굴이 알려진 유지들이었다. 타종을 하는 종각 뿐 아니라 식장에도 5·18 부상자, 장애인 가족, 소년소녀 가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소수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종을 건립한 목적이 광주의 민주·인권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 맞는지 되짚어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대신 금빛 두루마기 차림의 박광태 광주시장이 분주하게 종각과 식장을 오갔다. 두루마기 등판에는 큼직하고 둥그렇게 광주시의 로고가 새겨넣어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띄었다. 사실 박 시장은 민주도시 광주의 행정을 맡고 있으면서도 권위적인 직무행태로 여러차례 입길에 오르곤 했다.
박 시장은 차량통행이 금지된 광주시청 건물의 현관 유리문 앞에서 관용차를 타고 내린다. 측근들이 허리를 깊숙이 숙여 마중하고 배웅하는 모습은 볼썽사나운 흉거리로 입들을 건너 퍼진다. 주마다 열리는 간부회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주요정책을 즉흥적으로 뒤집기 일쑤고, 간부인사는 쪽지를 들고와 불러주는 식이다. 이런 태도를 성찰하지 않고 민주를 명분으로 떠들썩한 타종행사를 펼치는 행태는 염불보다 잿밥에만 신경을 쓴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식장 한쪽에서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던 5·18 당시 시민협상 대표 김범태씨는 “종만 친다고 민주주의가 저절로 됩니까”라고 날을 세웠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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