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담담
목포문화연대 공동대표·화가 한지 위에 자연과 세상을 펼친 수묵화는 남도 사람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붓으로 거칠게 표현하는 갈필(渴筆)과 묽은 먹물이 번지는 담묵(淡墨)은 남도 사람의 정신세계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한국화의 한 영역인 수묵화는 먹만을 사용해 그린 그림이다. 여러 색깔을 칠하는 채색화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수묵화라는 용어는 중국 당나라 때 유상(劉商)의 시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전기 이후 전통적으로 수묵 산수화를 그렸다. 조선 후기와 조선 말에는 진경산수화와 풍속화가 화단을 풍미했다. 수묵화는 남종화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1980년대 초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변혁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시 한국화단에서도 ‘수묵화 운동’이 펼쳐졌다. 1960년대 수묵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고유의 정서와 조형 체계를 추구하려는 시도였다. 수묵으로 우리 안에 내재한 정신세계를 구현하려는 움직임은 한국화단에 선풍을 일으켰다. 남종화의 뿌리였던 전남 진도 일대가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았다. 전남 진도에는 연희문화, 국악문화, 그림문화 등이 공존했다. 진도 운림산방은 조선 말부터 남종화의 본거지였다. 운림산방은 남종화의 비조인 소치 허련이 자연 속에 개설했다. 그는 추사 김정희가 타계한 무렵인 1856년 9월 고향인 진도군 의신면 비끼내(사천리)에 남종화의 터전을 닦았다. 이후 운림산방의 화맥은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의재 허백련 등으로 이어졌다. 진도 일대에서 남종화가 꽃을 피우면서 전남은 예향이라는 향기로운 이름을 얻었다. 그러나 갈수록 화가들의 활동이 줄어들면서 빛나던 남종화는 쇠퇴기를 맞고 말았다. 부흥이 절실한 시점에 전남도는 때마침 남도문예르네상스를 추진하고 나섰다. 오는 2018년 40억원을 들여 ‘전남 국제수묵화비엔날레’를 연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위기에 처한 남도의 수묵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묵화 비엔날레가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 성공하려면 몇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비엔날레는 1995년 이후 10여 개가 넘는다. 숫자는 많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풍요 속 빈곤’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준비 부족, 내부 갈등, 민·관의 불협화, 단체장의 정치적 계산 등이 얽혀 시끄럽기 짝이 없다. 현재 추진 중인 영호남 수묵화교류전은 비엔날레의 성패를 좌우하는 선례가 될 것이다. 교류전은 오는 11~12월 1억여원을 들여 행촌문화재단과 목포신안예총이 개최한다. 교류전은 비엔날레에 대한 미술인들의 공감을 얻을 좋은 기회다. 하지만 몇몇 사람의 전유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추진단체의 전문성, 작가선정 방법, 전시 방향성 등 사업 전반이 미술인들과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 교류전이 탄력을 받으려면 몇몇 자문위원한테 전권을 몰아주지 않아야 한다. 전남의 모든 미술단체장을 추진위원으로 받아들여 의견을 들어야 한다. 비엔날레를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비엔날레가 성공하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옛 속담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술인들 간의 협업과 공유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비엔날레는 성공할 수 없다. 지역 토호세력과 특정 미술인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미술 관람객과 미술 관계자들이 서로 소통하며 신명 나는 예술문화축제를 펼쳐야 한다. 세계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비엔날레는 200여 개를 헤아린다. 이 가운데서 성공적인 국제 전시로 성공하려면 전남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지역색, 기발한 현대미 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전남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비엔날레의 성공을 통해 지역의 예술적 지평이 한껏 넓어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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