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용기를 주고 자유를 주고 행복을 주고, 큰 나무처럼’
신경림 시인이 취영 홍남순(사진) 선생을 기리며 쓴 시의 제목이다. 이 시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몸 바쳤던 ‘시대의 의인’ 취영의 삶을 압축하고 있다.
고인은 2006년 10월 별세 때까지 민주화 현장에서 “갈 길을 밝혀주는 등대”이자, “든든한 방죽”과 같은 ‘거목’이었다.
“영원한 재야”로 기억되고 있는 고인은 변호사로 수많은 시국사건의 변론을 하며 민주화운동의 길에 나섰다. 1968년 6월 박정희 정권의 ‘6·8 부정선거 무효화’ 투쟁을 비롯해 유신시절 30여 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을 맡아 '긴급조치 전문 변호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였다. 80년 5월엔 신군부의 광주 무력 진압을 저지하기 위해 16명의 수습위원과 함께 이른바 '죽음의 행진'에 나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7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에도 광주구속자협회 회장 등을 맡아 5·18항쟁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활동에 힘을 쏟았다.
서울과 광주 등 전국의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은 올해 10주기를 맞아 ‘취영 홍남순 변호사 기념사업회 창립위원회’를 꾸렸다. 이홍길 전남대 명예교수·홍성우 변호사가 창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고 홍남순 변호사가 1968년 6월 박정희 정권 당시 치러졌던 6·8 부정 선거의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
창립위는 15일 오전 11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유족과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주기 추모식을 연다. 창립위는 “고인은 몸소 민주화 운동을 하셨고, 정의를 위해 싸우다 고통 받는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안겨준 의인이셨다. 홍남순 선생의 올곧은 생각과 양심을 잇고 기려야 한다”고 밝혔다.
창립위는 올해 안으로 기념사업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고인의 생을 재조명하고 미래 세대에게 알리는 활동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70년대 박정희 독재에 맞선 재야인사들의 교류공간이었던 고인의 광주 동구 궁동 자택을 5·18 민주화운동 사적지로 지정해 보존하는 일도 추진할 계획이다. 광주시는 최근 고인의 자택이 폐가로 방치됐다는 지적이 일자, 5·18 사적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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