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2014년 공동구매제 도입
GMO 식품은 구매 대상서 제외
16개 광역시·도 학교중에서 유일
중·고까지 확대엔 비용 등 어려움
전문가들 “GMO 못쓰게 법제화를”
GMO 식품은 구매 대상서 제외
16개 광역시·도 학교중에서 유일
중·고까지 확대엔 비용 등 어려움
전문가들 “GMO 못쓰게 법제화를”
“학교에서 아이가 급식을 잘 먹고 행복해해요.”
지난 18일 오전 경기 안산시 건건로에 있는 반월초등학교. 때마침 장담그기 행사차 나온 학부모 최옥실씨는 “집에서도 먹기 어려운 고추장, 된장 등 국산 전통 식재료를 학교에서 먹잖아요. 아이가 집에서는 잘 안먹는 고추장도 잘 먹고 와서는 자랑하는데, 저도 행복하죠”라고 말했다.
수증기와 뒤섞여 고소한 냄새가 퍼지는 학교 조리실은 점심 준비로 바빴다. 이날 메뉴는 현미 기장밥에 순두부 맑은국이었다. 조리사와 함께 국의 간을 보던 영양교사 정선영(46)씨는 “공장식 간장이 아니라 국산 콩을 전통 방식으로 숙성한 간장이다. 어머니들의 급식 신뢰도가 높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급식에 쓰는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장류와 식용유 등 25개 가공식품의 재료가 국내산이다. ‘유전자 변형농산물’(GMO)을 비롯해 식품첨가물을 퇴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학교 뿐만 아니라 경기도 초등학교 급식 재료에는 지엠오가 없다. 경기도 내 모든 초등학교(1085곳)와 일부 중학교(66곳)가 위해성 논란을 빚는 지엠오 등을 학교 급식에서 몰아낸 건 2014년이다. 그 전까진 개별 학교별로 학교 급식 재료(가공식품)를 구입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안양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던 공동구매제를 초등학교에 전면 도입했다. 동시에 지엠오는 급식 재료로 쓰지 않는 기준을 적용했다. 무상급식의 도입으로 초등학교 급식 단가가 오른 데다 일선 영양 교사들의 안전한 식재료 공급 논의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다. 지엠오가 급식 재료에선 빠진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지금도 나머지 16개 광역시·도에선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경기도 교육청 교육급식과 이연숙 팀장은 “안전한 급식 재료 확보를 영양사 한 개인이나 개별 학교에 맡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류와 식용유 등 가공식품은 지엠오가 함유돼 발암물질 포함 등 안전성 논란을 빚는 것이 대부분이다. 제한된 급식단가에서 어떻게 하나. 결국 나온 것이 식재료 공동구매(협상에 의한 계약)라는 제도화”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급식비를 내던 기존에는 개별 학교별로 입찰을 통해 급식 재료를 납품받았다. 식재료 질보다는 얼마나 값이 싸냐가 중요했다. 반면 공동구매는 학교별로 소요량을 파악하고 시·군 교육지원청이 공동구매 품목과 품질기준을 공급업체에 제시해 최선의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식품첨가물 사용은 물론 지엠오와 그 농산물로 만든 가공품은 제외된다. 기존 방식이 공급자 중심이라면 경기도교육청이 도입한 제도는 수요자 중심이다. 즉 학교와 학부모 등이 먹거리의 안전 기준을 제시하면 업체가 이 기준에 맞춰 식재료를 공급하는 식이다.
중·고교에 두 자녀가 다니는 반월초 학부모 지경란씨는 “사실은 초등 때보다는 중·고교 때 아이들이 더 큰다. 초등학교처럼 지엠오가 없는 안전한 식재료를 중·고교에서도 먹으면 안 될까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차적으로는 ‘돈 문제’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교에서는 공동구매로도 급식단가를 맞추기가 어렵다. 안산교육지원청 윤혜정(44) 팀장은 “중·고교생은 초등학생에 비해 반찬을 2.5배는 더 먹는다. 초등학교에서처럼 공동구매로 국내산 식재료의 값을 낮춘다 해도 주어진 급식단가로는 해결이 어렵다. 1일 2식 급식하는 고교에서는 학부모들의 부담이 더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별 일반 입찰의 경우 보통 열흘이면 끝나지만, 협상에 의한 계약은 길게는 3달이 걸린다. 다른 시·도교육청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교육부 역시 소극적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 급식에서 지엠오를 퇴출하는 문제와 관련해 “학교급식법상 식재료에 지엠오 표시를 거짓으로 하는 것을 처벌할 뿐 유해성 여부 판단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 제도 정비가 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안전한 급식을 위한 지엠오 퇴출을 일선 학교나 시·도 교육청에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대만은 올해 2월 학교위생법 23조를 수정해 지엠오 가공식품을 아예 학교 급식에서 퇴출했다. 국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등 37명의 국회의원이 지엠오의 완전표시제를 주장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도다.
‘지엠오반대 전국 행동’ 최재관 정책기획위원장은 “안전한 식단을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데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현재 지엠오 완전표시제에서 더 나아가 학교급식법을 고쳐 유전자변형식품 등을 포함한 식재료를 쓰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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