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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따라야 할 시대의 흐름

등록 2016-10-26 15:48수정 2016-10-26 21:29

이야기 담담
이효원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세상에는 일종의 흐름이 있다. 대개의 인간은 이 흐름을 따르고 그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스스로 공부하고 깨달아서 똑똑해지거나 혹은 지혜로워져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역사 속에서 인류가 스스로 가장 자랑스러워했을 때가 언제일까? 1969년 아폴로가 달에 착륙한 날이라고 한다. 이 성취에 스스로 놀랐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당시 선진국 도시들에선 인구의 집중과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스모그와 같은 도시의 공기 질이 문제가 되었다. 영국의 아키그램이라는 건축가 집단은 어마어마한 기계 장치로 도시 자체를 걸어 다니게 해서 공기가 나빠지면 공기 좋은 곳으로 도시를 통째로 옮기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지금 봐도 공상과학 수준이지만 달에까지 다녀올 수 있는 과학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 추세를 볼 때 그 정도는 조만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러한 기계주의적 세계관은 20세기 후반 전 지구를 관통했다. 사람들 대부분이 믿었고 열광했으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졌다. 우리나라의 발전도 이 흐름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자부심에 상처 입을 일이 생겼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기후변화처럼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심지어 자랑스러워하며 했던 일들이 후손에게 망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다. 바꾸어야 했다.

과거의 방식이 객관성과 정확성, 근원적 법칙을 토대로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했다면, 이제는 주관성, 불확실성, 상호연관 관계를 중시하는 태도를 갖고 인간과 자연을 공존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대하는 태도도 다양성이 인정되고 개성을 중시하게 되었다. 지역, 역사, 공동체 등도 실상은 개별성, 차별성을 주장하고 논증하기 위해 동원된 개념들이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고 있고 바뀔 것이라 보았는데, 그 흐름에 못 따라가거나 심지어 역행하는 일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연은 손대지 말고 그냥 두는 게 낫다는 합의를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4대강 사업이 추진되었다.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의 삶의 질이 중시되어야 한다고 믿었는데 여전히 경제성장이며 낙수효과를 논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과거보다 더 자본에 종속당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주체가 되자고 했는데 더욱 도구가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민주화도 그렇다. 세상과 사회가 갈수록 좋아질 거라 믿었는데, 이건 숫제 퇴보다. 그 끝이 세월호이고 고 백남기씨 사건이다. 사건 자체도 통탄할 일이지만, 그 뒤의 처리 과정은 정말로 ‘헐’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나라가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무력감이 절로 든다. 세상사가 일종의 흐름이며 그 흐름 속에 인간의 태도가 결정된다고 보면, 삶의 질을 이야기해야 할 이 시대에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퇴행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의 단어들은 21세기의 흐름에서 나온 것들이다. 과거 군사력, 경제력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이 아닌 인간의 이성과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영향력이라는 소프트파워에 중점을 둔다는 것인데, 4차가 아닌 산업혁명에 방점을 찍고 경제발전의 측면에서만 이야기한다.

‘문화는 한 지역의 공동체를 하나로 엮어주는 정신적인 띠’라고 하는데, 이 띠는 과거 방식으로 수직적 명령이 하달되는 지배이데올로기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존중받고, 그래서 서로 존중하고 모두가 공동체라는 감정을 갖게 된 이후, 그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고 문화를 생성해낸다. 인간을 넘어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소프트파워는 그런 속에서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정말로 발전하고 싶으면 앞서가지는 못할망정, 이미 바뀐 흐름이라도 착실히 따라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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