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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편지·사진·꽃으로 쓴 ‘어르신들 자서전’

등록 2016-10-26 17:00수정 2016-10-26 21:05

파주 교하도서관 이색전시회
50~80대 13명의 사연 담은 글에
각자 인생의 ‘보물’들 곁들여
“한자리에 모이니 대한민국 생활사”
26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도서관 3층 갤러리에서 지역주민들이 손수 그린 자화상과 셀프 사진, 시, 편지 등이 담긴 자서전을 선보이고 있다. 파주/박경만 기자
26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도서관 3층 갤러리에서 지역주민들이 손수 그린 자화상과 셀프 사진, 시, 편지 등이 담긴 자서전을 선보이고 있다. 파주/박경만 기자

경기도 파주지역 주민들의 문화 사랑방 구실을 하는 교하도서관이 지역 어르신과 주민 10여명의 갖가지 사연이 담긴 이색 자서전을 선보여 화제다. ‘나의 기록이 역사가 된다-노닥노닥 두런두런’이란 제목의 자서전 전시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셀프 사진과 그림, 시, 편지 등이 어우러진 풍성한 삶의 기록들이다.

전시회는 지난 7월부터 10회에 걸쳐 진행된 교하도서관의 자서전 워크숍 ‘노닥노닥 두런두런’의 결과물로, 최고령인 곽인숙(82) 할머니를 비롯해 주부, 화가, 시인, 전직 군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50~80대 남녀 13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일상의 기록과 ‘자기 표현’에 중점을 둔 자서전과 함께 예물시계나 연애편지 등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상자’를 곁들였다.

셀프 사진을 처음 배운 곽 할머니는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석달 만에 날씬해진 몸매를 사진에 담아냈다. 1935년 신의주에서 태어난 곽씨는 ‘내 생애 잊지 못할 하루’로 해방 이듬해인 1946년 언니, 오빠들과 함께 어부집 자녀로 변장해 밀선을 타고 월남한 것을 꼽았다.

50년 간 동고동락해온 남편과 2년 전 사별한 황진임(77) 할머니는 남편의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손수 그린 그림들과 결혼전 남편으로부터 받은 빛바랜 연애편지 수십점,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 하는 시 3편을 전시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여섯살때 어머니를 여읜 김명자(74) 할머니는 “생일이라고 아들, 딸, 사위 등 열 두 식구가 모여 식사를 했는데, 꼭 한번 받아보고 싶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사준 사람은 없었다. 꽃시장으로 갈까 하다가 문구점에서 색종이를 사다가 장미꽃 한다발을 만들었다”는 사연과 함께 직접 만든 붉은색 종이 장미꽃을 전시했다.

‘노닥노닥’ 자서전을 기획한 전은지(36) 사서는 “외할머니와 시부모님의 장례를 연달아 겪으면서 어르신의 삶을 손주들도 재밌게 나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낯선 타인으로 살아가는 새도시 주민들이 친구와 도서관을 사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워크숍을 진행한 김남기(50) 소동출판사 대표는 “어른들이 자기를 표현할 기회가 없어 자화상이나 셀프 사진, 일상 기록 등 누구보다 ‘나’에 집중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 생활사라 할 수 있는 글들이 차곡차곡 채워졌다. 전시를 통해 어르신들도 제사나 명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생일에 장미꽃을 선물받고 싶어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교하도서관 3층 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031)940-5153.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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