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 부연구위원 청년이 상징하는 바는 저항이었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그랬다. 2000년대 이후의 청년은 소비의 객체로서 승자독식의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인 첫 세대로 불린다. 2010년 8.0%였던 청년실업률이 2015년에 9.2%로 높아진 현실에서 청년들은 기존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주류사회의 일원이 되길 희망하며 안간힘을 쓴다. 그럼에도 ‘88만원 세대’라는 벽을 넘기가 버겁다. 청년 정책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자금 대출, 대학기숙사 확충,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청년창업 지원 등 다양하다. 그런데 청년 정책을 자세히 보면 경제 영역에 맞춰져 있다. 청년의 빈곤이 심해질수록 삶의 질도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사회적, 문화적 삶의 질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삶의 질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이다. 정부는 2015년 5월 18일에 국민의 쉴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는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을 제정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 제14조(사회적 약자의 여가활동 지원)에는 ‘장애인, 노인, 저소득층 및 다문화가정 등’을 사회적 약자로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쉴 권리를 지원받는 사회적 약자에 청년은 빠져 있다. 여가시간과 여가비용만 따져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가활동조사(2014)결과를 보면, 20대의 휴일 여가시간은 6.02시간으로 전체 평균 여가시간 5.77시간보다 길다. 월 평균 여가비용도 전체 평균 여가비용인 13만원보다 1만7천원이 많은 14만7천원이다. 그런데 20대의 여가생활 만족도는 전체 평균(53.2%)보다 8.5%가 낮다. 왜 그런가? 청년의 여가시간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취업을 못해서 생겨난 ‘강제적 여가’이기 때문이다. 높은 실업률 때문에 늘어난 여가시간은 청년에게 기회이자 함정이다. 강제적 여가시간이더라도 ‘진지한 여가’처럼 참여하여 몰입하는 활동을 하면 재미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그저 ‘시간 때우기’식으로 여가를 보낸다면 삶의 만족감은 낮아지고 자존감마저 위축될 수 있다. 국민여가활동조사의 연령별 여가활동 순위를 좀 더 살펴보면, 20대는 인터넷·에스엔에스(30.5%)가 1위였고, 텔레비전 시청(22.3%)이 뒤를 이었다. 30대는 텔레비전 시청(51.4%)이 1위였고, 인터넷·에스엔에스(11.6%)가 2위였다. 우리나라 청년 대부분이 ‘혼놀족’(혼자 노는 족속)이라는 사실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미디어에 의존한 채 홀로 여가시간을 보내는 활동이 반복되면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요즘 20대는 인맥의 유지와 관리에 피로감을 느끼며 ‘자발적 아싸(아웃사이더)’를 선택하지만, 한편으로 많은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두려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인관계가 힘들면 인터넷 중독 같은 부정적 활동에 쉽게 노출된다. 청년들이 취업 스트레스에서 도피하는 방법으로 술과 담배에 의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혼놀족을 요즘 20대의 유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높은 청년실업률, 성공과 경쟁의 압박감으로 시간 빈곤에 처해 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술·담배에 절어있다’, ‘방에 혼자 처박혀 놀고 있다’고 질타하기 전에 청년들이 긍정적 여가활동을 하도록 환경이 제공되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아주대 이현서 교수는 한 논문에서 청년 고실업률 시대에 청년 여가권을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권, 교육권처럼 여가권을 청년의 기본권(사회권)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화권을 내세우며 문화적 취약계층에게 1년에 10만원씩 문화이용권을 제공한다. 청년수당은 구조적 모순에서 힘겨워하는 이 시대의 취약계층인 청년에게 기본권인 여가권을 보장해주는 기초 정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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