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의 평범한 40대 아줌마들이 10일 오전 공주시 신관동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산을 요구하는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분노한공주여성들제공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주부, 농민, 동네 주민 등 평범한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말도 안 되는 현실에 그냥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12일 서울행 전세버스 대절이 늘면서 광주에선 일부 업체에서 전세버스를 빌리기 힘들 정도다.
10일 오전 10시 충남 공주시 신관동 정진석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는 ‘분노한 공주여성들’이란 단체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새누리당 해산 명령’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집권 9년 동안 청년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는 등 국민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비선 실세 최순실 일당과 재벌들은 서민의 고혈로 배를 불렸다. 불평등한 세상을 만든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의 공범임을 자백하고 즉시 당을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분노한 공주여성들’은 시민운동가 같다. 하지만 ‘분노한 공주여성들’은 평범한 40대 여성 6명이 만들었다. 친구들인 이들은 최근 밥 먹으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모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아줌마들의 분노를 세상에 털어놓자”고 의견을 모았다. 마침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역구 사무소가 공주에 있어 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오전 10시는 주부들이 모이기엔 이른 시간이라 이날 기자회견에는 1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난생처음 쓴 기자회견문을 읽고 정 의원 사무소에 레드(퇴출)카드를 붙이는 행위극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상미(48)씨는 “기자들이 전화해 ‘단체 성격이 뭐냐. 왜 이런 회견을, 무슨 의도에서 아줌마들이 하느냐’고 물어요. 이런 질문에 짜증이 나요. 주부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 꼴을 바로잡자고 말하는 거잖아요?”
대전 관저공동체연합은 이날 저녁 7시 대전시 관저동 마치광장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를 했다. 관저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신시가지로, 관저공동체연합은 이곳에 사는 주민 가운데 마을도서관, 마을신문, 품앗이공동체 회원 등으로 꾸려진 동네 주민 모임이다.
이날 주민들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손팻말을 직접 만들어 들고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촛불집회를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이들은 연설을 했고, 장사하는 주민들은 이들에게 눈인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권수영 관저공동체연합 대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같이 얘기해 보자”는 주민들이 많아서 집회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지금 상황은 ‘이건 아니다’ 싶고, 국민이라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큰 것만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는 건 아니니 동네 수준에서 우리의 분노를 나누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엔 ‘경남지역 학부모 일동’ 명의로 학부모 2344명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들머리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의 3차 사과문은 ‘하야 담화문’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원, 진주, 양산, 김해 등에 사는 이들은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2차 사과문 발표를 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이들 앞에 부끄러워 못 살겠다’며 분노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국선언을 하기로 뜻을 모으고 서명을 받았다.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자”며 12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려는 상경 열기도 뜨겁다. 10일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쪽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 지역 8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체별로 40인용 대형버스 250여대를 빌려 1만여명이 12일 집회에 참석한다. 김영정 광주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서울 집회에 가고 싶다’고 참가 방법을 문의한다. 사회단체가 오히려 민심을 뒤따라가는 형국이어서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55가구가 사는 작은 농촌마을인 전남 담양군 대덕면 운산리 주민 20여명도 12일 서울 집회에 가기 위해 관광버스 1대를 빌렸다. 이 마을 주민 오봉록(55·농업)씨는 “박근혜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는 대세가 형성된 뒤 역사가 바뀌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부산(1만명)·울산(5천명)·경남(1만3천명)·전북(4400명)에서도 시민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12일 서울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광주 창원 대전/정대하 최상원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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