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평화의소녀상이 봄의마을 광장에 임시로 놓여 있다. 서천군은 이곳에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불허해 소녀상 건립추진위와 갈등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과 군민이 평화의 소녀상 설치 장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17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서천군민추진위원회(소녀상 건립추진위)는 ‘서천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으나 서천군청이 예정지인 봄의마을(옛 서천시장)에 설치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아 2주째 예정지에 임시 안치돼 있다고 밝혔다. 소녀상 건립추진위는 “모금에 참여한 군민을 대상으로 소녀상 설치 장소를 설문했더니 2300여명 가운데 2000여명이 군민 통행이 잦은 봄의마을을 대상지로 꼽았다. 서천군에 건립 청원서를 냈으나 불허했다”고 덧붙였다.
서천군은 봄의마을 대신 마량리 성경 전래지, 마산면 삼일탑, 금강하굿둑 레포츠공원 등을 대체지로 제안했다. 서천군은 “봄의마을은 군 산하 시설이 집중돼 있고 학생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열리는 곳이다. 다른 시·군도 평화의 소녀상을 공원이나 쉼터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봄의마을에 ‘서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태도다.
그러나 소녀상 건립추진위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일제 강점기의 역사와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려고 소녀상을 세우는 것인데 대체지는 군민 통행이 드물고 외진 곳이라고 반발했다. 소녀상 건립을 이끈 김용빈 서천사랑시민모임 대표는 “정부는 일본과 졸속으로 위안부 협상을 했다. ‘서천 평화의 소녀상’은 후손들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한반도 침탈 역사 등 우리의 근대사를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건립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군민과 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봄의마을에 세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거듭 봄의광장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소녀상 설치 장소에 대해 다시 한 번 여론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서천 평화의 소녀상’은 한복을 입은 소녀의 손에 평화 나비가 앉아 있는 모습이며, 서천미술협회와 이필수 조각가가 만들었다. 지난 2월 군민·학생과 17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소녀상 건립추진위를 꾸리고 2천여만원을 모아 지난 3일 제작을 마쳤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사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서천군민추진위원회 제공